[미투]이윤택 피해자들, 용기와 눈물의 기자회견 "엄중 처벌을"(종합)

김현록 기자  |  2018.03.05 12:09
/사진=스타뉴스 /사진=스타뉴스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엄중히 처벌해주십시오." "치유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여성 3인이 기자회견에 나서 눈물을 흘리며 이윤택의 처벌과 철저한 진상조사, 2차 피해 방지를 호소했다.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이하 공동대책위)는 5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지방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미투 운동 이후 피해자가 말한다'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수희 이재령 홍선주 등 3명의 미투 고발자들과 변호인. 여성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력 고발 SNS로 이번 논란을 촉발시킨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는 "이명행 배우의 성추행 기사로 대학로가 연일 시끄럽던 중에 서지현 검사님의 폭로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극단을 나온 후로 무던히도 잊으려 했던 이윤택이란 이름이 떠올랐다"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잠시 주저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그냥 묻힌다면 어쩌나 솔직히 불안했다.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김 대표는 "하지만 연극계의 선생으로 군림하고 있는 그이기에 멋지고 훌륭한 연극 인재들이 그 때문에 연극을 그만두게 된다면 이란 끔찍한 환경에서 눈치나 보며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면 그렇게 만들어진 공연으로 어떻게 관객과 현재를 나눌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들과 함께 고소장을 쓰기까지 참 고단한 시간이었다. 추행 수위와 관련한 자극적 기사들, 피해자를 추적하고 비방하는 SNS글로 저희는 여러 번 상처입고 또 많이 울었다. 하마터면 움츠려들 뻔도 했다"며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응원을 보내고 힘을 실어주셨다. 자랑스런 우리 피해 당사자들이 가장 먼저 힘을 냈고 변호인단이 꾸려지고 저희를 지지해주시는 여성 단체들이 모여 지금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잘못한 이는 벌을 받고 희망을 품은 이는 기회를 맞을 수 있게, 노력하고 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용기 내지 않으셔도 된다. 절대 잘못하고 계신 게 아니다. 우리의 일상은 너무나 소중하며 나를 사랑해주는 지금 주변 사람들과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이 응원해주시고 끝까지 지켜봐주시면 된다"며 "고통받으신 많은 분들과 함께 그 분들을 대신해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피해를 고발했던 또 다른 이윤택 피해자 이재령은 "미투 운동으로 어렵게 말을 꺼낸 이후에 '그동안 왜 말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많이 받았다. '그 때는 말할 수 없었가 때문입니다' 고발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변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캐스팅에 제외되거나 정신이 이상하다는 공개적인 모욕을 듣고 더욱 힘든 스태프 일로 내쳐졌다"고 털어놨다.

이재령은 "떠난 사람들은 도망 나온 듯한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이윤택이 본인의 죄가 드러날까 두려워 우리가 소통할 수 엇도록 이간질하고 악질적 헛소문을 퍼뜨려 우리를 고립시켰다"며 "저는 사랑하는 선후배들이 드러내 말하지 못하는 성폭력의 상처들을 안고서 행여 누가 눈치라도 챌까 두려워하면서 그 많은 세월 서로 보듬어주지 못하고 오해를 안고 각자 외롭게 지내온 시간들이 지금은 가장 안타깝고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재령은 "오늘 아침에도 80년대 선배의 구체적인 성폭행 피해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이윤택의 잘못이지 연희단거리패를 지나온 사람들의 잘못이 아님을 말해주는 길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고발자인 배우 홍선주는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의 폭로 글이 터지고 저는 저도 모르게 감히 이래도 되나 두려워하는 저를 발견했고 저라도 입을 다물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다"며 "그렇지만 이윤택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어째서 이윤택 대표는 거짓된 변명들로 가족 같은 후배가 자신의 임신 낙태까지 폭로하게 했는지. 너무 괴롭고 참담한 마음이 들어 정말 어렵게 용기를 내게 됐다"고 고백했다.

홍선주는 "왜 이제서야 말하냐 묻지 마시고 이제라도 말해줘서 다행이라고 말해달라. 주목받고 싶었냐고 묻지 마십시오. 이런 일로 주목받고 싶은 여자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저는 이 사건을 고백한 후 제 가족들과 극단 신상까지 노출되면서 가슴 아픈 시간들을 견뎌야 했다. 이 사건으로 저를 비롯한 피해자들이 더 이상의 2차 피해로 가슴 아픈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홍선주는 "저희의 이런 어려운 고백들로 지금도 연극현장에서 뜨거운 땀을 흘리는 후배들이 마음 편하게 연극 할 수 있기를 너무도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 저희들의 자식들은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걸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을 엄중히 처벌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달 14일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SNS에 연극 연출가 이윤택 미투 글을 올린 뒤 피해자들의 성폭력 폭로가 이어지면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101명의 공동변호인단이 구성됐다. 지난 28일 피해자 16명은 이들 공동변호인단의 지원 속에 서울중앙지검에 이윤택에 대하 형사 고소장을 접수했다. 지난 2일에는 여성인권단체와 여성아동인권센터, 한국여성변호사회 등을 중심으로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대책위는 피해자들의 요구는 솔직한 인정과 진심어린 사과라며, 법적 처벌과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1명 변호인단을 대표해 기자회견에 나선 이명숙 변호사는 "오늘 함께 한 피해자들과 공동대책위 뿐 아니라 국회와 정부, 언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나서서 반인륜적인 성폭력의 공소시효를 없애고 가해자를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엄히 단죄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며 "소급입법을 포함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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