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엄현경 "'해투'와 '피고인', 10년 무명에 숨통"

문완식 기자  |  2017.03.27 11:10
배우 엄현경 /사진=홍봉진 기자 배우 엄현경 /사진=홍봉진 기자


이런 여배우가 근래 또 있었을까.

엄현경(31)은 독특하다. 예능(KBS 2TV '해피투게더3')에서 엉뚱 매력을 발산하며 시청자를 웃음 짓게 하더니 한 편의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의 마음을 울려버렸다.

엄현경은 지난 21일 종영한 SBS 드라마 '피고인'에서 보호 본능 자극하는 여린 외모 속 뜨거운 욕망을 감추고 있는 나연희로 열연했다.

지난 20일 나연희가 아들을 위해 차민호(엄기준 분)를 눈물로 배신하는 장면은 최고 시청률 31.5%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들에게 아버지에 대한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은 모성애의 발현이었다.

엄현경은 27일 오전 서울 이태원 한 카페에서 열린 '피고인' 종영 인터뷰에서 "제 연기는 40점 정도였다고 본다. 선배님들이 연기를 잘해주셔서 드라마가 잘 된 것 같다"라며 "'해피투게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해주셔서 제 나름대로 성공한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엄현경은 "'피고인'은 너무 고마운 드라마"라며 "앞에서 묵묵히 이끌어준 엄기준 선배님에게 고맙다. 만약에 또 이 팀과 하라면 다시 하고 싶을 정도라. '피고인'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드라마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드라마가 성공적으로 끝났는데.

▶'피고인'이라는 장르 드라마를 하게 된 게 영광이었다. 이게 잘 되든 안되든 이런 분들하고 연기한다는 게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자체도 잘돼 신기한 것 같다(웃음).

-엄기준 연기력이 상당한데.

▶엄기준 선배님이 워낙 연기를 잘하니 나와 연기를 잘하니 크게 느껴진다. 같이 연기하면 난 화면에 없는 느낌이었다. 민폐라고 생각해서 처음에는 연기에 대해 질문을 안 했는데 나중에는 물어보게 되더라. 평소에 되게 유쾌하신 분이다. 악역을 많이 해서 평소 성격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데 유쾌하신 분이다. 목소리도 다르다. 평소에는 하이톤이다. 촬영장에서 차민호가 아닌 엄기준씨 성대모사를 많이들 했다(웃음).

배우 엄현경 /사진=홍봉진 기자 배우 엄현경 /사진=홍봉진 기자


-'해투3' 이미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게 제일 고민이었다. 나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까. 궁금했다. 감독님이 이런 무거운 드라마를 제게 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그런데 감독님이 '해투'를 안보셨더라. '나 그거 본 적이 없어' 이러셨다(웃음). 끝났으니 이제 보실 것 같다. 아마 제 모습에 놀라지 않을까.

-'해투' 멤버들 반응은 어땠나.

▶제 연기를 보고 '해투'에서 다 따라하더라. 제가 제일 처음 등장했을 때 '도련님, 도련님이 여기 왜' 이랬는데 유재석 선배님이 그걸 보고 놀리시더라. 멤버들이 '피고인'을 다 보셨더라.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조세호 오빠만 안 본 거 같더라. 물어봐도 모르더라.

-'해투'와 병행한 건지

▶오전에 연희로 '피고인' 촬영하고 오후에 '해투'를 찍었다. 처음에는 몰입이 잘 안됐다.

-'해투' 이미지가 부담스러웠을텐데

▶'해투'가 저에게는 은인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주어진 데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컸다. '피고인'이라는 드라마를 할 때 분명히 사람들은 '해투'의 엄현경을 떠올릴거라 생각했다. 머리카락도 그래서 잘랐다. '해투'에서는 연희 머리를 거의 안했다. 완전 다른 느낌으로 하고 싶어서 그런 노력을 했는데 다행히 '해투' 이미지로 봐주시지는 않더라.

-마지막에 연희가 차민호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쳤는데.

▶계속 촬영을 하면서 빨리 차민호의 뒤통수를 치고 싶었다. 빨리 쳐야 하는데 걱정했다. 이러다 마지막에 같이 떠나는 거 아닌가 걱정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그래서 다행이었다. 연희가 고민을 하면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해서 힘들었는데 차민호를 배신해 후련했다. 제가 연희라는 캐릭터와 성격이 완전히 달라서 정말 후련했다.

-'피고인' 포상 휴가는 어땠는지.

▶SNS에 기준 선배님이랑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포털 메인에 있더라. 선배님 보여주니 좋아하더라. 처음에는 왜 올리냐고 하더니 메인에 오르니 좋아하더라. 본인도 이후에 올렸다(웃음). 정우와 민호가 포상휴가에서 역할 바꾸기 했는데 저는 그 때 화장실 가서 그걸 못봤다. 아쉽다.

-'피고인'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지막 법정신이었다. 차민호와 나연희가 하는 신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고 하는데 잘 와닿지 않는데 기준 선배님 덕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기준 선배님이 연기를 잘하는구나, 같이 걸려서 나도 이름을 올리는구나 생각하니 시청률에 대한 감이 잘 안왔다.

-드라마 전개가 답답하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저희는 대본을 봤을 때는 그런 걸 못 느꼈다. 대본을 봤을 때는 막 읽혀서 이게 '고구마' 전개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그런 얘기가 나와서 의외였다. 그런 얘기는 했다. 복수가 엔딩이라 너무 빨리 나오면 안된다고 보신 것 같다.

배우 엄현경 /사진=홍봉진 기자 배우 엄현경 /사진=홍봉진 기자


-연희라는 캐릭터가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나.

▶연희와 민호가 과거에 얼마나 애틋하게 사랑했는지 보여지지 않아서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3, 4년을 사랑한 커플이라고 들었다. 저도 아버지의 뜻을 따라 택했겠지만 마음은 민호에게 있었다고 설명을 해주더라. 저는 선호에게 마음이 없었냐고 하니까 마음은 없었고 복수를 위해 민호를 택했다고 얘기를 들었다. 이런 얘기를 들으니 복잡했다. 감독님이 연희의 목적은 복수니 독하게 흔들리지 않게 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지성과 연기는 어땠나.

▶엄기준 선배님과 거의 연기를 해서 지성씨는 16, 7회 때 처음 봤다. 네 성격이 아닌데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더라. 날 알아주는 이가 있어 행복했다. 그래서 '네 오빠 저 정말 답답했어요'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마지막에 공항신 찍을 때 지성 선배님이 조용히 감정선을 얘기해주시더라.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이런 감정을 가졌으면 좋을 것 같아 이러시는 데 정말 고맙고 많이 배웠다.

-기억에 남는 시청자나 네티즌 반응이 있는지.

▶너무 고마웠고 감사했다. 시청자들도 제가 걱정하는지 아셨던 것 같다. '해투' 모습이 아닌 것 같다는 얘기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듣고 싶은 얘기를 들어서 정말 고마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제가 차민호에게 아버지를 버리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게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얘기였다고 생각한다. 아니나다를까 전현무 오빠가 그 장면이 제일 좋았다고 하더라(웃음). 감사했다.

-가장 표현하기 힘든 신이 있었다면.

▶감정신보다 평소의 연희가 힘들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힘들었다. 제가 연기력이 대단한 배우가 아니지 않나. 본인과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데 제 연기력이 따라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연기력이 많은 배우가 하면 좋았겠지? 내가 민폐가 되지 않나 많은 생각을 했다. 제가 차에서 우울해 하니까 스태프들이 오히려 잘하고 있다고 격려를 해줬다.

-앞으로도 '해투'와 연기를 병행할건가.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색깔을 찾은 것 같아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전 진짜 재능이랑 끼가 없다. 예능도 너무 부족한 것 같고 연기도 너무 부족한 것 같다. '피고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전 정말 한 게 없어서 '피고인'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죄송스러운 것 같다.

'해투'도 잘한다기보다 많이 도와주셔서 잘하는 것 같다. 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 여기까지 온 건 열심히 해서 그런 것 같다. 앞으로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하다.

-자책하는 스타일인지.

▶늘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건 긍정적인데 제자신에게만 부정적인 것 같다. 제가 숍(미용실)을 10년 다녔는데 메이크업 아티스트 언니가 이제는 제발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웃음). 저는 끝까지 그런 생각을 하고 살 것 같다. 부족할 것 같다.

-그렇게 하면 슬럼프가 오지 않나.

▶자기 비하나 이런 건 없다. 10년 동안 무명이라서 힘들었을 것 같다고 하는데 전 행복했다. 못한 부분을 찾아야지 제가 노력하고 거만해지지 않고 항상 열심히 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고민이 있을 때 해소는 어떻게 하나.

▶아직 방법을 못 찾았지만 자책 같은 게 오래가지 않는다. '피고인'이 끝나서 고민이나 자책이 해소됐다. 원래 긍정적이고 행복한 사람이다(웃음).

-여배우 이미지라는 게 있는데 예능에서 망가지는 게 힘들진 않은지.

▶'해투' 감독님도 걱정을 하실 때가 있다. 현경, 원숭이 흉내 내도 괜찮겠어? 이러는 게 의아했다. 친구들도 걱정을 하는데, 전 남들 앞에서 웃기는 게 좋다. 매주 재미가 없으면 오히려 위축된다. 원숭이를 안 해도 되나, 걱정할 때가 있다.

-'해투'에서는 신인상을 받았는데, 연기에서는 못 받았다.

▶1년 전만 해도 예능을 할지 몰랐다. 심지어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을지도 몰랐다. 한 게 없는 데 받은 것 같아 미안하고 죄송스러웠지만 상을 받는 건 좋은 것 같다. 재작년에 KBS에서 조연상을 받고 작년에 예능 신인상을 받아 제가 'KBS의 딸'이라고 하는데,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예능이 연기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 촬영장에서 어느 날 보니 제가 막 얘기하고 있더라. 현장에 선배님들이 오시면 나도 모르게 챙기고 있었다. 주위에서는 원래부터 친한지 알더라(웃음).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의외로 로맨틱 코미디를 안 해봤다. 악역만 많이 해봤다. 제가 그렇게 악해보였나요?(웃음) 밝은 연기를 하고 싶다. '귀여운 여인'에서 줄리아 로버츠 같은 상큼하고 발랄한 연기를 하고 싶다. 애교가 없지만(웃음), 전 완전 남자다. 보셨지 않나, '해투'에서 주먹을 부르는 애교를 보여드렸는데 그게 저다. 하하.

배우 엄현경 /사진=홍봉진 기자 배우 엄현경 /사진=홍봉진 기자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잘 생긴 배우와 연기하고 싶다(웃음).

-잘 생긴 기준이 있나.

▶외모를 본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처음에 볼 수 있는 게 외모지 않나. 처음 봤는데 이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심하게 외모를 보지는 않는다. 코드가 닮은 남자가 좋다. 그런데 외모를 본다고 했더니 주위에서는 엄청 걱정해주신다. 유재석 선배님이 마음 봐야 한다고 늘 회식 때 얘기해준다. 마음 보고 결혼해야 한다고, 착한 남자가 1번이라고 하더라(웃음).

-이상형은.

▶잘 생긴 사람인 것 같다(웃음).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이 좋다.

엄현경은 "앞으로도 어떤 캐릭터를 하게 되더라고 잘 어울리는 옷처럼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노력을 하는 엄현경이 되고 싶다"고 했다.

엄현경은 지난 10년의 무명 시절 중 중간 4년을 연기를 쉬었다. 2015년 드라마 '다 잘 될 거야'로 복귀했다.

"무명이 길어져서 배우가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4년을 쉬었어요. '다 잘 될거야'로 복귀하고 나서는 큰 꿈을 꾸지 않았어요. 이렇게 연기를 계속하면 행복할 것 같았죠. 기회가 닿아 예능을 하게 됐는데 그게 전환점이 됐죠. 이제 연기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접었어요. 다른 일은 사실 못할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나도 연기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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