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 '사랑의 불시착'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

이수연 방송작가  |  2020.02.14 09:20
/사진=tvN /사진=tvN


시청자들의 반응이 성별에 따라 극명하게 나뉜 드라마가 있다. 바로 tvN의 '사랑의 불시착'. 얼마 전 많은 사람들이 모였던 장소에서 이런 얘기를 전해 들었다. 토요일, 일요일 밤 9시만 되면 주부들은 텔레비전 앞에 자리 잡고 앉아 대기하고 있으며, 이 시간엔 톡도 안 한단다. 반면 남자, 특히 남편들은 아내 때문에 어깨 너머로 슬쩍슬쩍 드라마를 보면서도 약간 짜증이 난다나? 왜? 북한의 건장한 군인이 사랑하는 여자 앞에선 너무 바보(?)같을 정도로 순진하고 말을 잘 들어서란다. 열광을 하든 짜증이 나든 중요치 않다. 어느 쪽이든 관심이니까. 결론적으로 '사랑의 불시착'을 다들 열심히 시청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일까? '사랑의 불시착'의 시청률은 첫 회 6.1%로 시작, 꾸준히 상승하여 지난주엔 17.7%까지 올랐다. 종영을 맞이하는 이번 주에는 아마도 20%를 돌파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다면 단2회 종영을 앞둔 '사랑의 불시착'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은 뭘까?

첫째 신데렐라 스토리를 깼다는 것이다. 드라마의 흔하고 흔한 등장인물 중의 하나가 재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벌과 쉽게 만나지 못한다. 간혹 만난다 해도 대기업 직장인의 경우 오너로 볼 수 있는 게 전부 아닌가. 재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이 실제로 사랑에 빠질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재벌이 드라마 속에선 쉽게 등장하고, 평범한 사람과 사랑에 푹 빠진다. 쉽게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요소로 재벌 스토리가 작용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재벌=남자주인공'이라는 것이다. '대표님', '실장님'으로 불리는 재벌2세는 한없이 착하고 예쁜데 집안 형편이 어려운 여자주인공에게 반하고,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을 쟁취한다는 스토리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사랑의 불시착'은 그 구도를 반대로 뒤집었다. 드라마속 그 흔한 재벌 역할을 여자주인공인 손예진(윤세리 역)이 맡았으며, 오빠들보다 사업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다시 말해 평범한 여자가 재벌 남자를 만나 하루아침에 신분상승하는 일종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뒤집었다는 것.

둘째, 조연들이 존재감을 남겼다. 현빈의 부하들로 나오는 네 명의 군인들, 일명 북벤저스라고 불리우는 양경원(표치수 역), 이신영(박광범 역), 유수빈(김주먹 역), 탕준상(금은동 역). 여기에 한 명 더! 귀때기 김영민(정만복 역)까지 이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들은 각자 혼자 있는 것보다 다 같이 모여 있을 때 시너지를 폭발시킨다. 상사인 현빈에 대한 충성은 물론이고, 손예진과 인간적인 정(情)이 쌓이면서 북한에 있을 땐 그녀를 잘 숨겨주고, 남에 있을 땐 오만석(조철강 역)에게서 그녀를 지켜낸다. 어설프지만 순수한 북벤저스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어디 이뿐인가! 여자 북벤저스도 있다. 사택마을 안사람들인 김정난(마영애 역), 김선영(나월숙 역), 장소연(현명순 역), 차정화(양옥금 역) 이들 네 명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처음엔 손예진에게 이질감을 가졌던 이들이 서로 부대끼며 끈끈한 의리로 맺어지는 모습은 훈훈함 그 자체이다. 대부분 드라마에서 비춰졌던 여자들의 기싸움과 뒷담화하는 모습들이 아닌 이들의 순수함에 자꾸만 끌린다.

셋째, 북한을 소재로 한 드라마지만 유쾌했다는 점이다. 기존 북한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은 어둡고,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로 그려졌던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 '사랑의 불시착'에서 펼쳐지는 스토리는 사택마을을 중심으로 한없이 밝고 경쾌했다. 이 때문에 드라마 초반엔 북한을 미화(?) 시키는 것이 아니냐에 대한 지적들이 있었다. 하지만 북한, 남한이라는 이념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면서 오히려 인간적인 매력을 끌어올리고 사람냄새 나는 스토리를 이끌어 냈다. 그것이 오히려 신선함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마지막 2회에서 지켜볼 것은 남녀북남의 사랑이 이루어지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이다. 그것에 따라 '사랑의 불시착'이 시청자들에게 주는 감정은 다를 것이다. 자, 과연 어떤 여운을 남겨줄지 기대해보자.

▫ '사랑의 불시착' 8주 동안 유쾌함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4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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