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60일, 지정생존자', 시작을 하는 순간 멈출 수 없는 드라마!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2019.07.05 16:43
/사진=tvN /사진=tvN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카뮈는 이 강렬한 문장으로 소설 '이방인'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첫 문장으로 인해 꽤 많은 사람들이 '이방인'을 읽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렇다. 책의 첫 문장이 얼마나 매력적인가에 따라 독자들은 책을 읽을까, 말까, 결정짓는다.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이다. 처음 시작이 어떤지에 따라 시청자들 또한 이 드라마를 완주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tvN의 '60일, 지정생존자'(이하 '지정생존자')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정생존자'는 국회의사당이 테러로 폭발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지진희(박무진 역)는 아내인 김규리(최강연 역)와 아들을 자가용에 태우고 가면서 유치원 다니는 딸이 국회의사당 체험학습을 갔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국회의사당이 폭발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국회의사당이 폭발했는데, 그 시각 주인공의 딸이 국회의사당 안에 있다? 앞뒤 어떤 설명 없어도 강렬한 이 설정 하나만으로도 '지정생존자'는 이렇게 첫 장면만으로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렇게 시작 된 '지정생존자'는 이미도 성공한 미드 '지정생존자'를 원작으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스토리를 재구성해 제작 된 드라마다.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는 미국에서 의회 연설 등과 같은 공식 행사에서 테러나 재난 등의 비상사태가 발생해서 대통령과 부통령 등 대통령직 승계자들이 변을 당할 경우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사람을 말한다. 원작은 국회의사당에서 폭발사건이 발생해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이 사망하면서,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이 엉겁결에 대통령직에 올라 위기를 수습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은 우리나라로 바다 건너오면서 환경부 장관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점은 딸을 국회의사당 현장체험학습에 보낸 아빠 지진희가 환경부 장관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국회의장도, 국무위원들도, 한 날 한시에 사라져 버린 그 시간, 왜 환경부장관만은 국회의사당이 아닌 자가용에 있어 살아남게 되었을까? 카이스트 교수 출신인 그는 오직 '원칙'과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치려고 하지만, 한미동맹이란 거대하고 복잡한 정치적 계산 앞에서 좌절되고 만다. 그 올곧음이 그의 발목을 잡으며 비공식적으로 대통령에게 해임 통보 받게 되고, 이 때문에 목숨을 건지며 의도치 않게 그는 최고권력인,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지정생존자'는 이렇게 긴장감 있는 설정과 스피드한 진행으로 첫 회를 사로잡았고 단 1회만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2회 땐 더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첫 회 3.4%였던 시청률이 2회에선 4.2%로 증가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쯤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분명 3회에선 지금의 시청률을 가뿐하게 갱신하리라. 왜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1회 이상으로 2회가 재미있었으니 말이다.

평생 공부만 했던 학자로 정치경력이라곤 달랑 6개월 차인 초짜 정치인이 과연 대통령 권한대행을 어떻게 할까?, 심히 걱정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테러의 주범을 북한이라고 단정 지은 미국과 국방부를 상대로 지진희는 과학적 수치로 봤을 때 남한에 숨어있는 북한의 잠수함이 침투가 아니라 침몰일 것이라 주장하고 나선다. 반면 침투일 경우 국민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기 때문에 지진희 홀로 내몰리게 되지만, 다행히 잠수함이 침몰이었단 사실이 밝혀지면서 긴박했던 상황이 잘 마무리된다.

어떤가? 여기까지만 봐도 흥미진진하지 않는가? 특히 2회에서 더욱 기대되었던 것은 정치인들의 권모술수나 권력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이 아니라 오직 올곧은 원칙과 과학자적 양심에 따라 행동한 권한대행의 정치력이 빛을 발했다는 사실이다. '원칙'과 '소신'으로 정직했던 권한대행의 모습에서 그 동안 신물 나던 정치인들에게서 해방되는 기분을 만끽하게 하며, 통쾌함까지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물론 혹자는 그저 이상주의적 모습이요, 환상이라고 비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떠랴! 어차피 드라마라는 것이 우리가 당장 쥐지 못한 현실을 뛰어넘어 희망을 갖게 하는 도구인데 말이다.

▫ '60일, 지정생존자', 오늘보다 내일 더 보고 싶은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4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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