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100 재생버튼 삭제해야하는 이유[프로불편러 이정호]

이정호 기자  |  2018.08.27 15:39
가수 닐로와 숀(왼쪽부터)/사진제공=리메즈엔터테인먼트, 디씨톰엔터테인먼트 가수 닐로와 숀(왼쪽부터)/사진제공=리메즈엔터테인먼트, 디씨톰엔터테인먼트


음원 사재기 논란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문제가 제기됐었고, 몇몇 가수들은 실제로 브로커들이 접촉한 적이 있다며 폭로하기도 했다. 검찰과 문화체육관광부까지 나서 실체를 파악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윤종신의 말처럼 현상의 반영이 아닌, 현상을 만드는 실시간 차트다.

음원차트의 영향력은 2000년대 후반 CD 중심의 판매 방식에서 음원을 스트리밍하거나 구매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온 음반 시장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시장이 변하면서 대중은 음원을 공급하는 음원 사이트 차트의 공신력을 믿기 시작했고, 영향력은 점점 커졌다. 컴백하는 가수들의 목표 또한 자연스럽게 차트 1위, 혹은 차트인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음원차트는 대중의 니즈와 현실을 반영해야 했으나 그러질 못했다. 음원사이트 이용자들은 옛날처럼 힘들게 자신이 원하는 곡을 찾아볼 필요가 없어졌다. 메인 화면에는 그날 발표되는 신곡이 소개되고, 가장 인기 있는 곡들이 나열된다. 편의을 추구하는 다수의 이용자들은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이 아니면 찾아보는 수고를 덜고자 차트 상위권에 있는 곡들을 전체재생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스트리밍 수가 올라가며, 차트 상위권에 위치하는 곡들은 고착화된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TOP100 차트는 '콘크리트 차트'로도 불린다.

차트를 둘러싼 문제 제기는 최근 음원 사재기 논란이 불거지며 더욱 거세졌다. 닐로부터 장덕철, 숀, 최근의 오반까지 이들의 음악은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소속사들의 주장처럼 SNS 바이럴 마케팅의 성공일 수도 있지만 다른 '역주행 노래'처럼 대중이 체감할 수 요소가 없는 것이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차트인에 성공한 이들의 노래는 계속 스트리밍됐고, 사람들은 '좋은 노래'로 인식, 입으로 불리게 됐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대다수의 가수들이 차트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한번 들어가면 장기집권할 확률도 높으니 가수들에게는 부와 명예를 모두 얻을 수 있는 기회인 샘이다. 이러한 현상에 최근 사재기 논란이 더해지며 음원차트에 대한 신뢰는 사라져버렸다. 음원 사이트들은 음원 사재기를 막고, 신뢰를 회복하고자 오전 1시부터 오전 7시까지 차트를 중단하는 '차트 프리징' 시스템까지 도입했으나 바뀐 것은 없다. 즉, 구체적 제도가 마련되기 전까진 음원 사제기 논란은 가요계 고질적 논란이 될 것이다. 결국 변해야 하는 것은 음원 사이트다.

이에 꾸준히 음원 사이트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오던 윤종신은 지난 24일 발매한 신곡 '떠나'를 자발적으로 신곡을 음원 사이트 1면에 노출시키지 않았다. 윤종신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은 이용자들이 그의 신곡을 찾아보려면 직접 검색하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실험을 하며 그는 "음원 사이트가 사용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게 개편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주장했다. 최근에 출시된, 음원차트가 없는 애플리케이션 'VIBE(바이브)'가 이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또한 차트를 향한 문제의식을 갖게 한다.

한편 음원 사재기를 향한 논란은 계속 진행 중이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한국매니지먼트연합 등 관련 단체들이 사태 파악에 나섰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이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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