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플레이어블 선언’ 아끼다 우승 날린 김효주·시간다 [김수인의 쏙쏙골프]

김수인 스타뉴스 골프칼럼니스트  |  2019.08.05 08:28
카를로타 시간다가 지난 4일(한국시간) 브리티시오픈 3라운드 3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카를로타 시간다가 지난 4일(한국시간) 브리티시오픈 3라운드 3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아마추어들이 잘 모르는 규칙이 있다. ‘언플레이어블(Unplayable)’과 ‘홀 아웃(Hole out)’은 스스로 선언하는 것이다. 동반자가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도록 종용하거나 “먼저 홀 아웃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엄연한 규칙 위반이다.


아마추어들이야 이 두 가지를 농담 삼아 말할 수 있지만 프로들에게는 금기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면 1벌타를 당하는 탓에 프로들은 ‘언플레이어블’ 선언을 꺼려 하지만 이득을 보는 경우가 사실은 많다. ‘언플레이어블’ 선언을 아끼려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대회 우승을 놓친 사례를 두 가지 살펴보자.

지금은 AIG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잉글랜드 워번GC)의 명승부에 가려 기억의 저 너머로 사라져 가고 있지만 지난달 29일(한국시간)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김효주는 14번홀(파3)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며 우승권에서 탈락했다. 김효주와 박성현은 나란히 그린 왼쪽 벙커에 티샷을 빠뜨렸으나 박성현은 멋진 벙커샷으로 버디를 기록했다.

그러나 김효주의 공은 벙커 턱밑에 떨어져 탈출이 힘든 상황. 김효주는 신중하게 벙커 탈출을 시도했지만 볼을 때린 클럽이 벙커 턱에 걸려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해 공은 경사면에 떨어진 뒤 다시 벙커로 굴려 내려왔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이 다져 놓은 발자국에 볼이 떨어져 세 번째 샷마저 그린에 올라가지 못한 채 프린지에 멈춰섰다.

프린지에서 한 보기 퍼트가 홀컵 좌측 끝부분을 스치듯 흘러 내렸고 더블보기 퍼트마저 홀컵을 외면, 14번 홀에서만 3타를 잃어 고진영에게 단독선두를 내주며 무너지고 말았다.

결과론이지만, 김효주가 ‘언플레이어블’을 선언, 벙커안(드라이버) 2클럽 이내 평평한 자리에서 3온을 시켰더라면 원 퍼트 아니면 투 퍼트로 마감해 우승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었다.

지난 3일 열린 브리티시 오픈 3라운드 14번홀. 11언더파로 2타 차 단독 2위를 달리던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는 티샷을 그만 왼쪽 관목 덤불 속에 빠뜨렸다. 그대로 세컨드 샷을 치기에는 힘들어 보였는데 시간다는 1타가 아까워 샷을 진행, 미스샷으로 공은 제 자리에 떨어지고 말았다. 겨우 4온을 해 더블보기로 마감, 9언더파로 우승권에서 완전히 밀리고 말았다.

만약 시간다가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해 3온을 했다면 최소 보기를 기록, 선두 경쟁에 끼어들 수 있었으나 3라운드에서 공동 7위에 그쳤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2타를 줄여 톱10 진입에 만족해야 했다.

아마추어들도 가끔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할까 말까 고민할 때가 있다. 과감히 1벌타 적용을 선택해 트리플 보기 이상 실수를 막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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