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는 정말 동강 할미꽃을 멸종시켰을까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2019.08.06 12:39


대략 4일 오후 2시 즈음이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동시 다발적으로 영화 '봉오동 전투'가 환경을 훼손했다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체로 '봉오동 전투' 측이 영화를 찍으면서 환경을 훼손한 대 대해 공개사과했다는 두 달 전 기사 일부와 이 때문에 고유종인 동강 할미꽃 서식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내용들이었다. 글들이 퍼지면서 '봉오동 전투'로 동강 할미꽃이 멸종됐다는 식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급기야 5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토 지킨 조상 업적 기리는 영화에서 환경 훼손은 모순"이라며 벌금 및 과태료를 강화해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동강 할미꽃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까지 오르내렸다. 그러다 보니 확인 없이 기사를 쏟아내는 여러 매체들이 봉오동 전투와 동강 할미꽃을 엮어 확대 재생산하기 시작했다.

불과 하루 반나절 만에 벌어진 일이다. 기묘하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갈수록 인터넷과 SNS 여론이 들끓고, 하나의 프레임으로 쏠리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지만 '봉오동 전투'는 유독 기묘하다. 마치 작전 세력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 다발적이고 조직적으로 여론을 형성하려는 모양새다.

선의일 수 있다. 영화가 대체 뭐라고, 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촬영해야 하냐는 문제를 제기한 것일 수 있다. 개봉에 맞춰 여론을 불러일으키려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자체를 왜곡하면서까지 여론을 환기해야 하느냐는 건 다른 문제다.

'봉오동 전투' 촬영으로 인해 동강 할미꽃이 멸종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동강 할미꽃 군락지와 촬영지는 거리가 떨어져 있다. '봉오동 전투' 촬영으로 일반 할미꽃 서식지가 일부 훼손됐지만 촬영시기가 겨울이라 정확한 피해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가 없다. 정확한 피해를 확인할 수 없기에 완벽한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게 사실에 가깝다.

'봉오동 전투'는 지난해 말 강원도 정선 지역에서 촬영 중 환경을 훼손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봉오동 전투' 제작진은 관할청인 정선군청에 허가를 받은 뒤 촬영을 진행했다. 해당 장소가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 원주지방환경청의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했다는 걸 알지 못한 채 촬영을 진행했다.

이후 환경단체의 문제 제기로 원주지방환경청에서 행위중단명령 조치를 내렸다. 영화 촬영 자체를 중단하라는 게 아니라 생태보존지역에서 금지된 행위를 하지 말라고 것이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제작진은 촬영을 중단하고 환경단체 등과 협의해 훼손 지역 복구공사를 진행했다. 당시 환경 훼손으로 지적된 건 촬영장 길목을 내기 위해 잡목과 자갈을 파헤친 것이었다. 수중폭파 한 장면과 공포탄 등을 사용한 것도 지적됐다.

이후 '봉오동 전투' 제작진은 환경훼손 논란이 인 장소에서 찍은 촬영분을 폐기하고 다른 장소에서 해당 촬영을 별도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7억원 가량의 추가 제작비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진은 환경훼손과 관련해 행정처분으로 벌금을 물었으며, 환경단체와 논의해 환경 훼손 방지 가이드라인이 정립되도록 협의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촬영 중 환경을 훼손한 데 대해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다.

'봉오동 전투' 환경훼손 논란의 전말이다.

정선군청에서 촬영 허가를 내주면서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제작진이 더 세심하게 확인했어야 했다. 모르고 했다 해도 잘못은 잘못이다.

'봉오동 전투' 측이 수억원의 비용이 더 드는 것을 감수하고 재촬영을 하고, 환경단체와 논의해 별도 가이드라인을 만들려 노력했으며, 공개 사과까지 한 건 그 이후 나름의 최선을 다한 결과다.

잘못은 잘못한 대로 질타를 받고, 노력한 부분은 노력한 대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여론몰이를 하는 건 과하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만주 봉오동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한 독립군의 첫 승리를 담은 영화다. 희한하게도 영화가 공개되기 전부터 일부 네티즌의 공격이 적지 않았다. 일본측 주장을 그대로 담아 사상자도 몇 명 안 되는 전투를 과대 포장해 만들었을 것이란 비아냥이 많았다.

오비이락일지, 환경 훼손 논란이 다시 왜곡 점화되면서 포털 사이트 평점에 1점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탓에 '봉오동 전투' 환경 훼손 논란이 조직적으로 재점화된 데 대해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관계자들 사이에선 의구심이 커지면서 과연 누가 어떤 이유로 왜곡된 사실을 동시 다발적으로 퍼뜨렸는지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 의뢰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기도 했다. 잘못한 일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아야 하지만 의도와 시점에 의구심이 생긴 탓이다.

과하면 모자람만 못한 법이다. 선의라 할지라도 왜곡이 더해 과해지면 의도를 의심받기 마련이다.

'봉오동 전투'는 한일 관계 악화로 꼭 봐야할 영화 대접을 받다가 환경 훼손 논란으로 하루 아침에 봐선 안되는 영화 취급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여파로 '봉오동 전투'가 과대 평가받는 것도 경계할 일이지만, 영화도 보지 않은 채 석연치 않게 재점화된 환경 훼손 논란으로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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