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나, 속삭이는 무용]어디서 왔니? 나빌레라

채준 기자  |  2019.11.26 16:23
/사진제공=조하나 /사진제공=조하나


나빌레라......

나비와 같은 춤사위의 표현으로 예전에 나의 닉네임으로 사용했던 시의 구절이다.

이 아름다운 시구 절을 떠올리게 하였으며 구상한지 열한 달, 집필한지 일곱 달 만에 겨우 완성되었다는 시 ‘승무’의 춤사위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어떤 사물이던 어떤 행위이던 모든 것에는 근원이 있으며 처음으로 생겨나는 기원이 있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이 불교 춤이라고 알고 있으며 예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을 받는 승무의 기원설 또한 재밌게 전해진다.

승무의 기원설은 다양하게 전해지고 있는데 그 첫 번째로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조선 전기 당대 최고의 기생이었던 ‘황진이초연설’이 있다.

30년간 수행하던 지족선사는 개성에서는 '살아있는 부처'라 불릴 만큼 높은 덕과 내공을 쌓아온 스님이었다. 황진이는 지족선사를 파계시킬 목적으로 유혹하기 위해 세모시 장삼을 걸쳐 입고 하얀 고깔에 다홍색 띠 가사를 두르고 요염한 자태로 춤을 추었던 것이 오늘날 승무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기원설로는 우리나라 각 지방에서 전승되는 탈춤들이 있는데 그 내용 중에 파계승에 대한 풍자 장면 있다. 그 파계승 놀이인 노장춤이 승무의 기원이라는 탈춤유래 설이 있다. 그리고 불교문화사적 입장에서 본 불교설로 춤사위기법이 두 손을 모으고 합장하는 동작이나 엎드려 기도하는 동작이 불교의식 무인 법고춤, 나비춤, 바라춤과 비슷하다 해서 불교 의식 기원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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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중 소설의 ‘구운몽’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구운몽의 주인공인 육관대사의 제자가 길을 가다가 팔선녀가 노는 광경에서 사내의 욕정을 극복하여 법열과 해탈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음을 표현한 춤이 승무라는 김만중 소설의 구운몽 기원설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기원설들이 어느 것 하나로 기원설을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민중의 몸짓을 토대로 시대에 따라 재인과 기방 예인들에 의해 계승 발전 되어오면서 오늘날의 승무로 정착되었다.

승무는 긴 장삼을 활용하여 공간을 가르거나 맺고 풀림으로써 날리며, 솟구치는 장삼자락은 마음속의 간직한 허구의 욕망과 갈등 그리고 고뇌의 깊은 타래를 풀고 버림으로써 시공간을 초월한 경지에 이르러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원리를 가지고 있다. 관객을 바라보며 춤사위를 하는 다른 무용들과 다르게 관객에게 등을 지고 세워져있는 북을 향해 움직임을 행한다거나 무복에 있어서도 자신을 드러내 보이지 않고 고깔을 써서 어느 정도의 얼굴을 감추고 있다는 점들을 볼 때에 외부 세계와 타협하지 않고 관객과의 소통보다는 예술 본연의 깊은 내면적인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 민속무용 중 정중동과 동중정의 미적, 사상적 특징이 잘 나타나 있고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춤으로 평가되고 있는 승무는 인간의 마음과 신체의 미가 조화를 이루어 완성된다 할 수 있다. 때문에 승무를 바라볼 때는 장삼을 뿌리는 춤사위와 춤을 추는 이의 깊은 내면을 함께 느껴 보려 함이 어떨까 싶다. 한 마리 나비와 같이 훨훨 날아다니는 나빌레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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