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실존직업!? ‘음양사’ 이야기

이덕규 객원기자  |  2019.03.19 12:25
요즘 들어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는 단어가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 메인이나 이런저런 사이트의 구글 광고에서도 볼 수 있는 그 이름, 바로 '음양사'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음양사는 옛날 일본의 직업인 만큼, 국내에서는 흔히 접하기는 어려운 소재였습니다. 하지만 동명의 게임을 통해 '음양사'라는 이름을 국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죠.

이왕 자주 보이게 된 만큼, 지금까지처럼 그 기원부터 차근차근 다뤄보려고 '음양사'를 주제로 선정하게 됐습니다.

그럼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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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일본의 최첨단 학문을 다루던 관료 '음양사'


먼저, 음양사가 무엇인지부터 간단히 알아봅시다. 우리에게는 우리나라의 '무당'과 같은 이미지가 강할 겁니다. 귀신을 자신의 식신으로 부리고, 나쁜 악령을 물리치는 퇴마사의 모습 말이죠. 대부분의 매체에서도 '음양사'를 그런 식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 역사 속의 음양사는 이것과는 조금 거리가 멉니다. 일본 6세기 헤이안 시대 무렵에 발전한 방법과 기술 중 하나인 '음양도'를 기반으로 점을 치거나 길흉을 파악해 주술적인 대처를 하던 고대 일본의 관직 중 하나였다고 해요.

음양사가 속해있던 '음양료'라는 기관에는 음양사 외에도 천문을 관측하는 '천문박사', 물시계를 살펴보고 시각을 알리는 '누각박사', 달력을 만드는 '역박사' 등이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음양사 역시 자연지리학, 기상예보, 질병 치료 등 기술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고 전해지죠. 지금의 이미지와는 달리 나름 과학적인 연구를 해오던 집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산가지로 점을 치는 음양사의 모습. 음양사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꽤 높은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출처 : 음양사 위키피디아 산가지로 점을 치는 음양사의 모습. 음양사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꽤 높은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출처 : 음양사 위키피디아
12세기 경 막부 성립 이후, 국가 주도의 음양도가 잠시 쇠퇴하면서 음양도가 민간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이런 음양도를 바탕으로 음양사를 자칭하는 이들이 민간에서 활동하면서 '음양사'의 인지도도 점점 늘어났죠.

국가 주도 음양사들은 막부와 결탁해 권위를 유지했는데요, 이들의 우두머리격이었던 '아베노 씨족'은 무로마치 막부 시대의 막부와 결탁해 '츠치미카도 가문'을 세우고 전국의 모든 음양사를 통솔하게 됩니다.

하지만 솟구치던 음양사 지위는 근대 과학 기술의 도입과 함께 점점 저하됩니다. 그들이 만든 달력은 서양 과학 기술에서 유래한 달력에 비해 매우 부정확했고, 메이지 유신 이후로는 '과학 발전을 저해하는 미신'으로 여겨져 '음양료'가 폐지되고, '음양도' 역시 민간 유포가 금지되기에 이릅니다. 이런 음양도 금지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메이지 시대 법령 폐지와 함께 풀렸다고 합니다.

현재 음양사들은 과거 츠치미카도 가문의 영지였던 후쿠이 현 지역에서 '천사 츠치미카도 신도'라는 종교 단체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크게 번성하고 있지는 않다고 하네요.

천사 츠치미카도 신도의 본청. 대문이 특이한 가정집 같은 모습입니다. 천사 츠치미카도 신도의 본청. 대문이 특이한 가정집 같은 모습입니다.
음양사와 떼어놓을 수 없는 인물, 아베노 세이메이


음양도는 종교로 전락했지만, 음양사는 소설, 영화, 만화, 게임 등 대중문화의 소재로 널리 쓰이면서 점점 유명해졌습니다. 특히, '아베노 세이메이'는 음양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죠.

마치 설화 속 인물 같은 '아베노 세이메이'는 10세기 헤이안 시대의 조정 관리 겸 음양사였던 실존 인물입니다. 음양도에 정통했던 세이메이는 귀족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물론, 덴노의 명령을 받아 점을 치기도 하는 등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었다고 해요.

메이지 시대 화가 키쿠치 요사이가 그린 아베노 세이메이 출처 : 아베노 세이메이 위키피디아 메이지 시대 화가 키쿠치 요사이가 그린 아베노 세이메이 출처 : 아베노 세이메이 위키피디아
그리고 그의 행적들은 신비화되면서 수많은 전설과 일화를 남겼다고 합니다. 세이메이의 어머니가 여우이고 그 덕에 신통력을 얻었다는 탄생 설화가 있기도 하고, 종이로 만든 식신에게 집안일을 맡겼다는 등 별의별 이야기가 다 있을 정도였죠.

이런 이야기는 세이메이가 죽은 11세기 무렵부터 역사 이야기나 설화집을 통해 볼 수 있었다고 하니, 세이메이는 오래 전부터 신비로운 존재로 여겨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식신은 무엇인가?


앞서 아베노 세이메이와 관련된 일화 중 '종이로 만든 식신에게 집안일을 맡겼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음양사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인 식신에 대해서도 간단히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식신은 음양사가 부리는 귀신들을 이르는 말로, 일본어로는 '시키가미'라고 부릅니다. 식신들은 음양사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며, 본디 사람에게 빙의하는 요괴인 만큼, 식신으로 사람이나 동물을 홀려 자유자재로 부릴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위험한 녀석들을 집안일에나 활용하다니 세이메이는 정말이지...

아무튼 음양사가 나오는 매체에서도 식신은 꼭 등장하기 마련인데요, 전해지는 그대로의 이미지를 가진 식신이 있는가 하면, 이름만 식신이지 소환수나 사역마 정도로 취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역병신을 물리치는 아베노 세이메이. 세이메이 뒤에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친구들이 바로 식신입니다. 출처 : 아베노 세이메이 위키피디아 역병신을 물리치는 아베노 세이메이. 세이메이 뒤에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친구들이 바로 식신입니다. 출처 : 아베노 세이메이 위키피디아
소설로 시작된 음양사 붐


세이메이를 비롯한 음양사에 대한 이야기는 오랫동안 전해지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988년 일본의 작가 유메마쿠라 바쿠의 소설 '음양사'의 대성공 덕분입니다.

'음양사'는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당대 최고의 음양사라 불리던 아베노 세이메이와 피리의 명수인 친구 미나모토노 히로마사가 콤비를 이뤄 여러 기괴한 사건들을 풀어나간다는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입니다.

당시 젊은 독자층에게 높은 지지를 받아 일본에서만 250만 부의 판매고를 자랑하는 베스트셀러가 됐고, 이를 기반으로 만화, 영화가 만들어지는 등 음양사 붐의 시초가 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유메마쿠라 바쿠의 소설 음양사. 한국에도 출간된 적이 있지요 유메마쿠라 바쿠의 소설 음양사. 한국에도 출간된 적이 있지요
만화가 오카노 레이코의 만화 음양사. 유메마쿠라 바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오리지널 요소가 많아 현재는 별개의 작품으로 취급된다고 합니다. 만화가 오카노 레이코의 만화 음양사. 유메마쿠라 바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오리지널 요소가 많아 현재는 별개의 작품으로 취급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음양사 관련 콘텐츠는 단연 영화일 겁니다. 마찬가지로 유메마쿠라 바쿠의 소설 '음양사'를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 '음양사'가 대표적입니다. 10억엔이라는 거금이 들어간 블록버스터로, 당시 일본 영화들과는 다른 화려한 CG로 요괴가 횡행하는 헤이안 시대를 그려낸 것이 특징이죠.

영화 음양사는 일본에서는 2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제작비의 3배가 넘는 32억 엔의 흥행 수익을 올리는 등 엄청난 흥행을 이뤄냈습니다. 2편에서는 1편의 제작진과 배우에 원작자인 유메마쿠라 바쿠도 제작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영화 음양사. 헤이안 시대나 음양사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그려냈지만, 관련 지식이 부족하고 정서적으로도 맞지 않았던 한국에서는 그렇게 흥행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영화 음양사. 헤이안 시대나 음양사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그려냈지만, 관련 지식이 부족하고 정서적으로도 맞지 않았던 한국에서는 그렇게 흥행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대부분의 매체에서는 세이메이를 '젊고 유능한 음양사'로 그리고 있지만, 실제 역사에서 세이메이가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것은 60대 이후라고 합니다.

평균 수명이 짧았던 것을 생각하면, 세이메이가 이렇게 이름을 날리기까지 얼마나 엄청난 활약을 했던 것인지 감도 안 잡힙니다.

여기저기 세이메이, 세이메이... 게임 속 음양사


끝으로 게임에서의 음양사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게임에서 만날 수 있는 음양사는 대부분 아베노 세이메이입니다.

잡몹이나 NPC, 하위 직업 등으로 '음양사'라는 이름만 등장하는 경우가 없진 않지만, 조금이라도 비중이 올라가면 거의 무조건 '아베노 세이메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일이 많습니다.

먼저, 한국 온라인게임 유저들에게 익숙할 '천하제일상 거상'의 음양사입니다. 천하제일상 거상은 직업을 이름으로 한 '용병'으로 고용해 성장시키고, 이 용병을 역사 속 인물의 이름을 한 '장수'로 전직시킬 수 있었습니다.

조건을 맞추면 바로 장수를 고용할 수도 있죠. 음양사는 일본에서 고용할 수 있는 용병, 세이메이는 음양사에서 전직시키거나 고용할 수 있는 장수입니다.

음양사는 전용 무기인 '방울'을 착용하면 적의 마법 저향을 깎는 '주박청음'이라는 스킬을 활용할 수 있었는데, 이 스킬의 활용도가 대단해서 필수 용병으로 각광받았다고 합니다. 전직하면 '세이메이'가 되는데, 빙의술이라는 음양사 다운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죠.

여기서 더욱 전직하면 메카닉 장수인 '흑룡차'가 되며, 개조를 통해 '개조된 흑룡차'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흑룡차 단계까지는 이전처럼 '주박청음'을 주력으로 활용하는 장수로 쓰이지만, '개조된 흑룡차'가 되면서 얻는 '냉기독살' 스킬의 강력함 덕분에 고성능 딜러로 자리 잡았습니다. 디버퍼에서 딜러까지, 못하는 게 없는 음양사입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음양사, 세이메이, 흑룡차의 초상화. 흑룡차와 개조된 흑룡차는 초상화가 같습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음양사, 세이메이, 흑룡차의 초상화. 흑룡차와 개조된 흑룡차는 초상화가 같습니다.
왼쪽은 세이메이의 빙의술, 오른쪽은 개조된 흑룡차의 냉기독살. 빙의술은 한 마리의 적을 조종할 수 있는 스킬인데, 별 쓸모는 없었다고 합니다. 왼쪽은 세이메이의 빙의술, 오른쪽은 개조된 흑룡차의 냉기독살. 빙의술은 한 마리의 적을 조종할 수 있는 스킬인데, 별 쓸모는 없었다고 합니다.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 카드게임 열풍을 불고 온 '확산성 밀리언 아서'에도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가 등장했었습니다. '특이형 아베노 세이메이'라는 이름의 슈퍼레어 등급의 카드로 적정한 코스트에 괜찮은 스펙을 갖고 있어서 많이 쓰이는 카드였죠.

특히, 한국 서비스 버전에서는 모종의 이유로 해당 카드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았던데다가, 한국 서비스사가 일부러 드랍확률을 올린 것이 겹쳐 '무과금의 희망'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세이메이가 일본에서 워낙 인기있는 캐릭터인 만큼, 밀리언 아서 시리즈를 통틀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빙의형 아베노 세이메이는 여성으로 성전환한 모습을 보여줬고, 신도형 아베노 세이메이는 오컬트 오타쿠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괴리성 밀리언 아서에서 신도형 세이메이의 목소리를 김영선 성우가 담당했었는데요, 카카오게임즈에서 출시됐던 음양사 for Kakao의 아베노 세이메이의 목소리 역시 김영선 성우가 담당했습니다. 뭔가 인연이 있는 게 아닐까요?

왼쪽부터 특이형 아베노 세이메이와 빙의형 아베노 세이메이, 그리고 신도형 아베노 세이메이 왼쪽부터 특이형 아베노 세이메이와 빙의형 아베노 세이메이, 그리고 신도형 아베노 세이메이
'음양사 for Kakao'에서는 게임 제목대로 음양사인 '아베노 세이메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모종의 이유로 자신의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동료와 식신들의 도움을 받아 이런저런 사건을 해결하며 기억을 되찾아나가죠.

세이메이가 주인공인 여타 매체처럼, 본 게임에서도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습니다. 일단 잘생기고 지적인 분위기에다가, 기억을 잃었음에도 차분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능력인 '음양술'로 곤란한 다른 이들을 도와주고, 사람은 물론 귀신들에게도 경외의 대상이 될 정도입니다.

전투에서도 음양술로 식신들의 전투를 도와줍니다. 직접 공격하기도 하지만, 받는 대미지를 줄여준다거나 가하는 대미지를 늘려주는 등 버프/디버프 면에서 더욱 활약하죠. 이외에도 전국 곳곳을 돌며 귀신들을 잡는 등 역사 속 민간 음양사의 활동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소설, 만화, 영화 등을 통해 음양사를 접한 사람이라면 음양사 for Kakao의 아베노 세이메이가 가장 익숙할지도 모르겠네요.

왼쪽에서 세번째에 있는 인물이 세이메이입니다. 주변에 있는 인물들도 스토리 진행에 따라 음양사로 활약할 수 있지요. 왼쪽에서 세번째에 있는 인물이 세이메이입니다. 주변에 있는 인물들도 스토리 진행에 따라 음양사로 활약할 수 있지요.
이외에도 다양한 게임에서 '음양사 a.k.a. 아베노 세이메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코에이의 택티컬 액션 게임 '무쌍오로치'에서 하얀 여우와 함께 활약하는 꽃미남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가 등장하고, 코에이의 전략 게임 '노부나가의 야망'에서도 스페셜 무장으로 '아베노 세이메이'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프롬 소프트웨어의 액션 게임 '오토기'의 2편 '오토기: 백귀토벌회권'에서는 주인공을 죽음에서 깨우는 인물로 '아베노 세이메이'가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무려 여성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알파 시스템 제작의 RPG '내 시체를 넘어서 가라 2'에서의 '아베노 세이메이'는 플레이어의 일족에게 '단명하는 저주'와 '대가 끊기는 저주'를 건 장본인으로서 악역을 맡기도 했습니다.

정말 세이메이가 안 끼는 데가 없네요.

왼쪽은 무쌍 오로치에 등장하는 아베노 세이메이, 오른쪽은 오토기: 백귀토벌회권의 아베노 세이메이입니다. 세이메이가 너무 많습니다... 왼쪽은 무쌍 오로치에 등장하는 아베노 세이메이, 오른쪽은 오토기: 백귀토벌회권의 아베노 세이메이입니다. 세이메이가 너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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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인 세이메이... 아니 음양사는 어떠셨나요? 어딜 가나 세이메이가 빠지질 않아서 제가 세이메이에 대해 정리하고 있는 건지 음양사에 대해 정리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세이메이가 음양사와 관련해서는 그만큼 영향력있는 인물이란 것이겠죠.

개인적으로 이번 주제를 정리하면서 음양사 붐을 일으킨 소설 '음양사'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나중에 한 번 구해서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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