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레데리 2’는 불편함을 알고도 고치지 않았을까?

이덕규 객원기자  |  2018.12.07 11:36
락스타게임즈의 레드 데드 리뎀션 2(Red Dead Redemption 2, 이하 레데리 2)가 최근 레드 데드 온라인 베타에 착수하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간다. 그사이 많은 유저들은 레데리 2를 즐겼고 많은 의견과 소감 등을 내놓으며 이 게임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논란의 핵심은 간단하다.




"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필자는 전작 개념인 레드 데드 리볼버와 레드 데드 리뎀션 모두를 즐겼고 레데리 2의 현지화 정보가 공개된 후 망설임 없이 예약 구매를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경험한 이 게임은 꽤나 인상적이었으며, 오랜 시간 필자를 서부 시대의 끝자락에 잡아뒀다. 그들이 주는 드라마는 여러 번 곱씹어볼 만한 가치가 있었고 엔딩 이후에는 이곳에 남아 있는 다양한 목표를 완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기를 닦는 과정에서 사격선을 체크하는 과정까지, 매우 세밀하다. 기를 닦는 과정에서 사격선을 체크하는 과정까지, 매우 세밀하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불편한 이슈에 대해선 십분 공감했다. 특히 모든 과정이 별다른 정보나 지식, 도움 없이 직접 이루어져야 했고 생활 속 반복 요소나 사소한 일로 발생하는 '수배' 등은 자주 짜증을 일으키는 요소로 인식됐다. 오랜 시간 기다렸던 대작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불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물론 전작들도 이런 요소가 있었지만 밀도가 높아진 레데리 2는 훨씬 피로도가 높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불편함을 그대로 남겼을까. 일단 이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선 오픈 월드 게임이 게임 산업에서 보여주고 있는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오픈 월드 게임은 2000년대 초반부터 게임 시장의 발전을 도모해온 대표적인 장르다. AA급 이상의 게임들이 쏟아졌고 그래픽 요소부터 인공지능, 물리 표현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항상 도전받아왔다. 한때는 유행 정도로 그칠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금도 이 영향력은 유지되고 있다.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의 이집트 재현 수준은 놀랍다.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의 이집트 재현 수준은 놀랍다.
이런 오픈 월드 게임이 1순위 목표로 추구했던 부분은 바로 '사실성'이다. 사실적인 홍콩의 밤거리를 재현했던 '슬리핑 독스'(Sleeping Dogs)를 비롯해 고대 이집트의 마을부터 신비한 비밀까지 사실적으로 구현한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Assassin's Creed Origins), 실존하는 도심을 완벽하게 재현한 그랜드 테프트 오토 V(Grand Theft Auto V)와 와치 독스 2(WATCH DOGS 2)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다음 추구한 목표는 방대함과 공간감, 그리고 자유로움이다. 매년 새로운 오픈 월드 게임들은 전작보다 더 거대해진 세계에 대해 어필해왔다. 촘촘해진 밀도를 더 큰 세계에서 표현하는 건 오픈 월드 게임들의 대표적 자랑거리다. 자유로움도 중요하다. 정해진 임무 외에 오픈 월드에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이상한 짓(?)이 가능해야 했다. 지나가는 사람을 날려버리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옥상을 질주하기도 하고, 비행기를 도심 한가운데 추락시키는 그런 행동 말이다. 와치 독스(WATCH DOGS)의 경우는 '점프'가 없단 이유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대가를 치르더라도 주인공의 행동에 제한이 없어야 한다. 대가를 치르더라도 주인공의 행동에 제한이 없어야 한다.
특히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는 공간감은 오픈 월드 게임이 갖춰야 할 최고의 미덕이다. GTA5에서 추가됐던 1인칭 시점은 그동안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이야기를 더욱 몰입감 있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온라인 모드에서 긴장감과 재미를 더 살려줬다. 또한 더 위쳐3: 와일드 헌트(THE WITCHER 3 : Wild Hunt) 같은 게임부터 저스트 코즈(Just Cause) 시리즈의 공기까지 표현한 시각적인 느낌은 현장에 와 있는 듯한 공간감을 살린 요소의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저스트 코즈4에서 제공하는 현장감은 게임의 몰입을 극대화시킨다. 저스트 코즈4에서 제공하는 현장감은 게임의 몰입을 극대화시킨다.
"오픈 월드 게임이 추구하는 주요소의 극대화, 그것이 레드 데드 리뎀션 2"



레데리 2는 어떻게 보면 이런 공식을 착실히 수행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1899년대 서부 시대의 종언을 담으면서 산업 혁명으로 대변되는 문명의 발전을 마지막 남은 생존자의 시각으로 표현했다. 지역마다 인물들의 모습은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듯 차별화됐고, 정치적인 이슈(여성의 선거권 참여, 여성 인권 확장, 인종 차별 등)에 대해서 거리낌 없이 표현했다. 생존을 위해 필요했던 사냥부터 사소한 식사까지도 충실하게 구현돼 있다.

한때 논란이 된 여성인권운동가 한때 논란이 된 여성인권운동가
방대함과 공간감은 여러 의미로 구분될 수 있다. 레데리 2의 방대함, 공간감은 밀도의 깊이로 충분히 이해된다. 실제 지역의 크기는 거대한 세계를 담은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Assassin's Creed Odyssey)나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에 비교하면 조금 작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간마다 게임 내에는 꽤 높은 밀도의 콘텐츠가 존재한다. 육, 해, 공 가리지 않고 움직이는 동물들부터 기후 변화에 반응하는 자연 요소, 지역마다 특색 있게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이벤트 등은 그 어떤 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자유도 부분도 인상적이다. 자유도는 단순히 하나의 존재로는 의미가 없다. 반드시 상충하는 요소가 필요한 데, 바로 유저들의 캐릭터에 반응하는 인공지능 NPC다. 어떻게 보면 자유도 및 오픈 월드 게임이 재미라는 측면을 추구할 때 '알게 모르게' 언급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유저의 이상한 행동에 반응하는 NPC가 없다면 그 게임은 자유도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레데리 2는 게임 내 모든 존재들이 반응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행동을 하도록 개발돼 있다.

높은 자유도 곁엔 항상 반응하는 존재가 있다. 높은 자유도 곁엔 항상 반응하는 존재가 있다.
그러면서도 게임 내 불문율인 제약들도 모두 깨버렸다. 일부 메인 캐릭터를 제외하면 게임 내 모든 NPC는 유저가 직접 제거할 수 있고 납치하거나 때릴 수도 있다.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겠지만 말이다. 이로 인해 특정 부가 임무가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과정조차도 오픈 월드 게임이 추구하는 자유도라는 개념으로 유저의 선택을 유도한다. 특히 레데리 2는 심도 있는 NPC들의 반응을 통해 자유도의 재미를 더욱 높인다.

"충분하게 고려할 수 있던 편의성, 그럼에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게임의 불편성은 이런 경험적 측면을 떠나서 아쉽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나 마블 스파이더맨(Marvel's Spider-Man)을 재미있게 즐긴 유저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오디세이에서 주인공은 신의 능력을 가진 반신반인이다. 일반인을 뛰어넘는 그들의 파괴력 넘치는 행보는 보고 있는 사람까지도 속이 시원해질 정도로 통쾌하다. 여기에 귀찮은 반복 행동(수집, 사용)은 버튼 하나 누르는 걸로 해소했다.

유비소프트는 캐릭터의 액션과 임무에 중점을 두고 그 외 부분은 최소한으로 축소 시켰다. 유비소프트는 캐릭터의 액션과 임무에 중점을 두고 그 외 부분은 최소한으로 축소 시켰다.
마블 스파이더맨은 임무 시 이동에서 주는 허들을 고려해 부가적인 임무들 대부분을 간소화시켰다. 오픈 월드 게임들이 추구하는 방대한 임무 대신 이동 사이에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즐거움처럼 소소하게 경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는 어떻게 보면 게임이 가진 단점을 개선하고 경험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수단이다. 그래서 유저들은 두 게임을 즐기고 있는 동안 방대하게 큰 맵이나 거추장스러운 이동 등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데리 2는 이런 부분에서 타협하지 않았다. 그게 분명히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도 말이다. 이 부분에 대해 락스타게임즈 측은 한 번도 어떠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출시 이후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말이다. 반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추측성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락스타게임즈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2가지 이유라고 생각한다.

높은 자유도는 그만큼 많은 선택을 유도한다. 면도도 할 수 있다. 높은 자유도는 그만큼 많은 선택을 유도한다. 면도도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시리즈의 진중함이다. 레드 데드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실제 있었던 일이며 미국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럽게 보고 듣고 자란 콘텐츠다. '데드 우드'(DEAD WOOD)나 1964년 개봉한 '황야의 무법자', 2012년 '장고: 분노의 추적자' 등 드라마나 영화로도 많이 제작됐다. 독특한 변화를 준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같은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 당시 시대의 상을 잘 고증한 사실적인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레데리 2는 전작의 이야기에서 한층 진중해지고 무거워졌다. 그들은 서부의 종언을 앞둔 마지막 서부 사나이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이고 진중하게 받아들여지길 원했던 것 같다. 실제로 레데리 2는 영화 '황야의 7인'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포스터부터 공식 일러스트, 게임 내 반 더 린드 갱단의 캐릭터성 등에서 많은 유사성을 보인다. 그들은 자신들이 구현한 서부 시대의 이야기가 현실감 있는 드라마로 받아지길 바랐고, 이를 위해 게임적인 측면의 편의성에서 최소한의 타협만 본 것이 아닌가 싶다.

여러 인물들의 드라마는 게임 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여러 인물들의 드라마는 게임 내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다른 이유는 오픈 월드 게임이 가진 목적성을 극대화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 오픈 월드 게임은 샌드박스로 불리는 게임들과 다르게 정해진 환경 내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게임이기 때문에 액션 부분, 또는 임무라는 한정적인 요소에 집중되는 형태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럴 경우 캠페인이 끝난 후 게임을 더 해야 할 이유,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행동의 가치가 낮은 부분은 도태되고 사용되지 않게 된다. 유저들이 지적한 반복적인 행동의 불편함처럼 말이다.

"모든 행동의 권리와 보상이 동등하게 한 건 온라인 서비스에 목적이 있다"


락스타게임즈는 이런 측면을 게임 내 모든 콘텐츠에 어느 정도 동일하게 권리를 부여한 것 같다. 사냥을 해 가죽을 벗기는 과정이나 갱단의 적에게 한 방 먹이는 행동, 지나가다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돕는 행위, 열차 강도로 돌변해 돈을 빼앗는 일 등 모두가 게임 내 필요한 행동이며, 동일한 가치를 가진 행위로 풀이한 게 아닐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게임 내 모든 행동의 정당성과 목적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소한 행동도 모두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사소한 행동도 모두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이 목적성은 베타 테스트에 들어가는 레드 데드 온라인 기능에서 빛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갱단을 이뤄 전 세계 유저들과 함께 거대한 기차를 털고 은행을 제압하거나 다른 유저 갱단과 피 튀기는 혈투를 펼칠 수 있다. 그리고 나 혼자 고생하는 느낌의 싱글 임무에서 벗어나 주둔지를 마련하고 이를 함께 키우고 성장시키는 느낌이 더욱 사실적이고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가 온라인, 특히 MMORPG에서 전투 외적으로 길드를 성장시키기 위해 자원을 수집하거나 골드, 아이템 등을 투자하는 일은 쉽게 볼 수 있다. 더욱 성장한 길드는 더 많은 혜택을 길드원들에게 제공하고 길드 수장을 지시에 맞춰 타 세력과 전쟁을 펼치기도 한다. 레데리 2의 이런 사소한 과정은 어떻게 보면 온라인의 재미, 갱단이 운영되는 맛을 극대화시키고 모든 행동이 보상받는 느낌을 주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싶다.

온라인 모드는 이 기능들의 쓰임새를 충실한 요소로 바꿔줄 것이다. 온라인 모드는 이 기능들의 쓰임새를 충실한 요소로 바꿔줄 것이다.
레데리 2는 흔히 말하는 '갓 게임'은 아니다. 불편함이 넘치고 생각보다 어렵고 귀찮은 게임이다. 하지만 이 게임이 선택한 길은 오픈 월드 게임이 추구하는 현대적 측면의 요구가 아닌 가야 할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다. 온라인이라는 환경이 오픈 월드 게임 내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구현되고 행동하는지 철저히 고민하고 결정한 사항이라는 것이다. 물론 당장 완전하진 않겠지만 락스타게임즈가 추구하는 미래는 기대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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