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바꾼 IP 활용, 득일까 실일까

이덕규 객원기자  |  2018.06.15 11:36


최근 익숙한 작품명을 거론하며 '그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신작이라든가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인다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PC 온라인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 잘 알려진 패키지 게임 중 PC 온라인으로 이식을 꾀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때, 그리고 요즘. 맥락은 비슷하다. 목표지점이 모바일로 달라졌을 뿐이다. 

기존 IP의 모바일 이식. 벌써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메가 트렌드 중 하나다. 이제 나올만한 건 다 나왔나 싶으면 또 한 녀석이 튀어나와 "맞다… 이것도 있었지." 하게 만든다. 모바일 시장의 규모와 안정성이 해마다 더욱 커지면서 옛 IP와 현역 IP 가릴 것 없이 앞다퉈 뛰어들곤 한다.

기존 IP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소설이나 만화 등의 원작을 게임으로 만들기도 하고, 과거 인기가 있었거나 꾸준히 서비스를 이어오던 게임을 요즘 트렌드에 맞게 다듬어 내놓기도 한다.

IP라는 단어는 보통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작품, 일정 수준의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작품에 쓰는 것. 하지만, 많은 팬을 거느린 소위 '잘나가는' IP를 쓴다고 해도 성공이나 흥행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심지어 '이 IP를 가지고 왜 이런 걸 만들었지?'라는 의문을 던져봐도,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개중에는 비슷한 형태에 IP라는 이름의 스킨만 씌운 이른바 '복붙형 게임'도 종종 있다. 그런 것들이 자꾸 나오는 현실에 있어, 어차피 개인이 납득할 수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글로벌 어딘가에 충분한 수요와 시장성이 있다는 의미일 테니까. 

머리로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다 해도… 취향과 나름의 기준에 맞지 않는 게임에 실망하는 일이 하나둘 늘어날 때면 '기존 IP를 활용한 신작'이라는 말 자체에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IP를 활용해 새로운 게임을 선보인다는 소식에 점점 무덤덤해지는 이유랄까.



IP 재해석을 바라보던 무덤덤한 시선으로 국내 시장을 보니, 최근 카드 시스템이 특히 두드러진다는 걸 느꼈다. 어느 시점부터인가 장르 구분 없이 유저들 사이에서 '카드' 혹은 '덱'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된 게임들이 부쩍 많아진 것이다.

최근 출시된 모바일 게임들을 살펴보면 캐릭터라든가 스킬, 아이템, 전투 등 게임 곳곳에 카드 형태의 시스템이 들어가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꼭 카드 방식일 필요는 없지 않나 싶은 곳에도 굳이 카드 방식을 채택한 걸 보면 확실히 하나의 트렌드인가 싶기도 하다.

카드라는 요소가 게임의 단골이 되면서 카드 배틀 장르가 덩달아 주목받는 건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명확히 짚어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카드'라는 요소가 현재 게임 시장에서 꽤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덕분에 기존 IP를 재해석하면서 카드 요소를 넣는 게임이 늘어나고 있기도 하고.

카드라는 요소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카드 배틀 장르의 경우, 독보적인 주류 장르라 할 수는 없지만 과거에 비하면 한결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가고 있다. 카드 배틀이라고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에서 카드는 상징적 의미로 쓰이고, 게임 내 전략의 다양성이 주 콘텐츠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장르 게임에서는 같은 덱을 가지고 있더라도 매번 다른 플레이 양상이 나타나기 쉽다. 엇비슷한 형태에 전투력 스펙으로 우열이 가려지는 RPG류 장르와는 확연히 다른 재미가 있는 셈. 그 때문인지, 기존에 다른 장르였던 IP를 활용해 카드 배틀 게임을 만드는 사례도 꽤 찾아볼 수 있다.



<메이플블리츠X> 역시 '전략성'을 강조한다. 서비스 15주년을 향해 가는 농익은 IP를 활용한 컨버전으로, 세계관과 캐릭터, 몬스터, 맵 등 원작의 리소스를 활용해 카드 배틀 장르로 풀어냈다. 주류 장르라 할 수 있는 RPG였던 원작과 완전히 다른 방향의 도전이다.

마나 시스템과 비용(코스트)을 가진 카드 30장으로 덱을 구성한다는 점, 체력과 공격력을 가진 몬스터 카드와 스킬 카드, 영웅 스킬 등 구체적으로 하나씩 뜯어놓고 보면 <하스스톤>과 유사한 부분도 보인다. 실시간 전투 방식과 타워 파괴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는 <클래시 로얄>이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한데 비벼놓은 모양새는 확실히 다르지만.

어떤 게임이 'IP'라는 이름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충분한 수의 팬과 유저를 거느리고 있기 때문. 

지금은 아닐지라도 과거에 그 IP를 즐겼던, 혹은 즐거웠던 추억을 갖고 있는 게이머들은 대개 원작이 택했던 장르까지도 하나의 덩어리처럼 묶어서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IP를 활용해 신작을 개발하는 건 '친숙한 것들로 기존과 다른 새로운 재미를 만들기 위함'이지만, 그 수단으로 장르를 바꾼다는 건 꽤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운이 좋았든 될성부른 떡잎이었든, 많은 인기를 지닌 IP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어떤 것은 추억으로 남는 쪽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어떤 쪽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도전을 서두를 수도 있을 것이다. IP를 재해석하기 위해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부디 꽉 붙잡고 놓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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