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필름' 임승용 대표 "'독전' 프리퀄 준비..류준열 과거 혹은 미래"

2018 영화결산 릴레이 인터뷰

김미화 기자  |  2018.12.26 12:33
용필름 임승용 대표  / 사진=김창현 기자 용필름 임승용 대표 / 사진=김창현 기자


다사다난했던 2018년을 마무리하며 스타뉴스가 올 한 해 영화계를 대표할 만한 인물들을 만났습니다.

임승용 대표(48)는 충무로에서 가장 잘나가는 제작자 중 한 명이다. 임승용 대표의 용필름은 '표적', '뷰티인사이드', '아가씨', '럭키', '침묵' 그리고 올해는 '독전'까지 색깔 있는 영화로 관객을 만났다.

임 대표는 '봄날의 곰' '올드보이'부터 '방자전', 커플즈' 등 다양한 영화의 프로듀싱 및 제작에 참여하며 내공을 쌓고, 영화계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왔다.

용필름에서 올해 선보인 '독전'은 '비주얼버스터'라는 새로운 단어까지 만들어내며 한국 액션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방향점을 제시했다. 임승용 대표는 기존에 존재하는 이야기를 틀고 변주해 용필름만의 색깔을 씌우고 완전히 다른 영화를 창조해 낸다. 무엇보다 관객의 니즈를 읽고 트렌드를 한발짝 앞서 나가는 기획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를 만나 '독전'의 다음 이야기와 용필름이 준비 중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영화 '독전'이 5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올해는 용필름에게도 의미 있는 한해였을 것 같다.

-영화가 흥행해도 별로 다른 게 없다. '독전' 후반 작업으로 한참 바쁘다가 개봉했고, 얼마 안 있다가 또 다음 영화 크랭크인을 했다. 요즘은 내년 1월 크랭크인 하는 영화 '콜'로 바쁘다.

▶ '독전'은 홍콩 영화 원작과 결이 다른 영화다. 원작과 다르게, 더 잘 만들기 위해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 저희는 '원작'이라고 하기보다 소스 머테리얼(source material)이라고 부른다. 그것이 '뷰티인사이드'처럼 광고일 수도 있고 '아가씨'처럼 소설일 수도 있고 '독전'이나 '표적'처럼 영화일 수가 있다. 저희가 만들고, 또 준비 중인 영화들은 소스 머테리얼이 있는 영화들이 많다. 저에게는 제 자신이 처음부터 생각해 낸 것이 아닌 이상 다 소스 머테리얼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재단하고 영화화시키는 것이 용필름의 기획의 방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소스 머테리얼이 가지는 구조가 너무 좋고 이야기가 좋아서 구조를 그대로 받아들일 때도 있고, 중요한 하나만 남기고 다 바꾸는 경우도 있다.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은 원작, 즉 소스 머테리얼의 장점을 부각하고 나머지 단점을 갈아 끼우는 것이다. 사실 완전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작품을 바꾸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래도 '독전'도 4년이 걸렸고, '아가씨도' 기획부터 5년이 걸렸다.

용필름 임승용 대표 / 사진=김창현 기자 용필름 임승용 대표 / 사진=김창현 기자


▶ 재밌고 완전한 구조의 원작(소스 머테리얼)을 그대로 살려서 만들고 싶은 유혹은 없나?

- 그러면 재미가 없다. 소스 머테리얼 다루는 것이 저희의 일 아닌가. 저는 이것을 가공 무역과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자재를 사서 다시 좋은 물건으로 만드는 것이다. 원자재의 단점까지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말 그대로 그냥 '리메이크'다. 저도 히치콕의 영화나 아주 좋아하는 소설들은 아예 영화로 만들 생각도 안한다. 또렷한 장점이 있지만, 무엇인가 비어있는 것을 다시 영화로 만든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잘 매만져서 좋은 작품으로 재탄생할 때 느끼는 쾌감이 있다. 하지만 저도 늘 감독님들에게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로 영화를 하자'라고 말은 한다. 지난 하고 어려운 가공 단계를 거치는 것보다, 어떤 감독이 가진 세계관을 펼치는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오리지널 영화도 준비 하고 있다.

▶ 액션 영화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이해영 감독과 '독전'을 함께 작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독전'을 제안하기 몇 년 전부터 가끔 만나서 차도 마시고 하던 사이다. 이전에 이해영 감독이 보여줬던 영화들에서 느껴지는 가능성이 있었고, 실제로 감독님을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니 그가 갖고 있는 자기만의 색깔이 좋았다. 뭐랄까, 음악가로 비교하자면 이 사람은 현악기가 어울리는 사람인데 목관 악기를 연주하는 것 같았다. 실제 영화는 감독 예술이고 감독의 세계관이 구현되는 것이다. 그 세계관은 숙련도가 높고 크리에이티브 한 스태프와 함께 할 때 터져 나온다. 이해영 감독은 인정받는 스타일리스트였고, 그 정서가 영화적 색깔과 맞을 때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시나리오를 잘 쓰는 분이기 때문에 시나리오 만족도도 높았고 만족감을 줬다.

/사진=영화 \'독전\' 스틸컷 /사진=영화 '독전' 스틸컷


▶ 영화를 준비하고 촬영할 때 뿐 아니라, 개봉까지도 여러가지 어려운 일이 있었다

-작업은 늘 어느 정도 패턴화돼 있다. 개봉을 정하고 마케팅적인 방향을 잡고 진행하는 가운데 편집과 후반 작업이 진행된다. 사실 (김)주혁이가 제일 컸다. 주혁이가 영화 안에는 있지만 주혁이가 사실은 없고 이 영화를 못 본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영화 개봉하고 일주일 있다가 감독님이랑 배우들이랑 서산에 주혁이에게 갔다. 이제는 주혁이가 나오는 영화를 할 수 없나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안 좋았다.

▶ 고(故) 김주혁과 인연이 깊다. 어떻게 김주혁에게 '독전'의 진하림을 제안했나

- 제가 '방자전' 때부터 주혁이에게 '또라이' 역할을 하자고 했다. 그게 10년이 다 돼 간다. 약속한 것처럼 그런 역할을 하게 됐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또라이라서 좋았다. 본인이 이 영화를 못 본게 제일 아쉽다. 진짜 무서운 것은 착한 얼굴을 한 사람이 면도칼을 씹다가 뱉는 것이다. 선하게 생겼고 진짜 선한 사람인데, 그 얼굴에서 악이 뿜어져 나왔을 때의 느낌이 있다. 주혁이가 너무 착해서 악역을 하자고 했다. 만약 악랄한 얼굴이었으면 코미디를 하자고 했을 것이다.

▶ '독전'의 많은 배우들 속에서 특히 악역을 맡은 김주혁과 진서연이 빛났다

- 배우의 캐릭터성을 만드는 것은 감독님이다. 영화에서 배우가 연기를 못한다고 욕을 먹는 것은 배우가 아니라 감독이 먹어야 한다. 감독이 하는 연출은 미장센도 있고 드라마적인 것도 있지만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연기 연출이다. 김주혁과 진서연의 연기가 도드라진 것은 이해영 감독의 몫이다. 배우가 상을 받은 영화의 연출자는 그 상을 공유하는 것이다. 진서연은 우리에게도 모험이었다. 그녀를 과감히 선택했고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무엇하나 부족하지 않고 낯설지 않게 한 것 같다. 정말 마른 몸에서 7kg~8kg을 빼고 그런 연기를 한 것은 모두 그들의 공이다.

▶ 많은 관객들이 '독전'의 프리퀄에 대해 궁금해 한다.

- 일단 프리퀄에 대한 마음은 있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무수히 많은 질문이 있으니까 그 질문의 답을 만들다보면 스토리가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독전'의 프리퀄도 가능하고 뒷이야기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슬슬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시리즈일지 아직 가늠이 안 된다. 이선생(류준열 분)이 언제부터 시작됐느냐도 가능하지만, 노르웨이로 가기 전까지 어떻게 된 건지 이런 이야기도 가능하다. 영화 '대부'에서 말론 브란도의 젊은 시절을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한 것처럼 프리퀄과 뒷이야기가 섞일 수도 있다. 가능성은 다양한데 무엇을 선택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용필름 임승용 대표 / 사진=김창현 기자 용필름 임승용 대표 / 사진=김창현 기자


▶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할 때, 본인의 의견에 따라서 할 때가 많은지, 다수의 의견을 따를 때가 많은지 궁금하다

-저는 민주적인 것을 좋아한다.(웃음)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는 편이지만, '올드보이'의 경우에는 제 주변의 모든 스태프가 반대했는데 저는 너무 하고 싶었다. 박찬욱 감독님에게 줬을 때 '오케이'가 나서 진행했다. 그렇게 주변에서 모두 반대하는 것을 했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만약 어떤 작품을 주변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하자고 하면 진행한다. '돈 벌었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한다'라고 하면 어떡하나.(웃음)

▶ '올드보이'에는 '시비남'으로 직접 출연도 했던데.

-제 필모가 웬만한 배우보다 화려하다. 원래는 보조출연자가 하기로 했었는데 내가 볼 때는 박찬욱 감독님이 동조한 느낌이다. 조감독이 오더니 보조출연자로 안될 것 같다고 하고, 저를 갑자기 의상팀으로 끌고 가서 옷을 입히더라. 어느 순간 촬영장에 앉아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다. 하하.

▶ '올드보이'부터 '아가씨'까지 박찬욱 감독과 인연이 깊다. 박 감독과 새로운 작품을 준비 중인가.

- 박찬욱 감독과 함께 영어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니고 곧 준비해서 할 예정이다.

▶ 용필름의 내년 계획, 그리고 앞으로 선보일 영화 라인업을 소개해 달라.

-내년에는 '힘을 내요 미스터리'를 개봉할 예정이고 '콜'도 촬영해서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413'은 투자배급사와 논의해서 진행을 멈춘 단계이고, '로기완을 만나다'도 현재는 잠시 보류했다. 다시 진행을 시작할 때 이야기를 하자고 했고, 감독님들의 차기작을 정해서 준비하고 있다. '413'을 준비하던 백종열 감독은 웹툰 베이스의 '부활남'을 준비 중이고, '로기완'을 준비하던 김희진 감독은 오리지널 아이템으로 준비하고 있다. 또 '은하수'라고 영화에 입봉 하는 신인 감독님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 외의 작품들은 내년은 어렵고 내후년으로 프로젝트 준비하고 있다. 여러 편의 작품이 숙성을 위해 드라이에이징을 하고 있다.

▶ '콜'은 박신혜 전종서 두 사람을 내세운 여성 스릴러로 기대를 모은다. 여성 스릴러를 준비하게 된 이유가 있나.

- 직원들이 여자가 많아서 그런가?(웃음) 저는 솔직히 남자 주인공 영화냐, 여주인공 영화냐 하는 것을 구분하지 않고 만든다.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색깔에 부합하는 인물을 추구한다. '콜'도 남자 배우 두 명이 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면 재미가 떨어질 것 같았다. 의도를 가지고 여성 중심의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작품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인 것 같다.

용필름 임승용 대표 / 사진=김창현 기자 용필름 임승용 대표 / 사진=김창현 기자


▶ '콜'의 전종서는 파격 캐스팅이다.

- 주연배우는 감독의 의견과 투자배급사의 의견이 모두 모여야 만들어진다. 전종서는 '버닝' 밖에 못 봤지만 똑똑한 아이고, 연기라는 측면으로 볼 때는 포텐이 많은 친구다. 가진 성격 자체가 굉장히 내성적이고 개인 친화적이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애교도 많은데 낯가림이 많은 것 같다. 차후 한국영화의 자산이 될 친구다.

▶ 차승원 주연의 '힘을 내요 미스터리'도 내년 기대작이다.

-'힘을내요 미스터리'는 용필름에서 간만에 선보이는 오리지널이다. 이 프로젝트는 용필름 영화 중 제일 오래됐다. 15년 넘은 아이템이다. 그 사이 다른 작품들이 나와서 멈춰놨다가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 개봉은 여름으로 보고 있다. 사실 우리가 원래는 비수기 전문 필름이다. '럭키'가 10월에 '독전'이 5월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거꾸로 여름 시장도 한번 가볼까?(웃음)

▶ 주 52시간이 시행되며 요즘 영화촬영 현장도 어렵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내가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 많이 들었던 말이 '요즘 애들은 안돼'라는 말이었다. 요즘 나도 그 세대가 되니까 요즘 애들은 대학생이 고등학생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내가 기성세대가 된 거고 기득권이 된 것이란 뜻인 것 같다. '나도 적은 노동으로 많은 돈을 벌고 싶고, 개인의 시간을 갖고 싶다. 그 욕망이 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그런 접근을 해야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영화일 시작 할 때도 힘들다 힘들다 했다. 언제 안 힘들 때가 있나. 어떤 시기가 좋은 시기가 있나? 그런건 중요하지 않고 공평 해져야 된다. 내가 누린 것을 이들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돈을 대는 입장에서는 비용은 높아지는데 돌아오는 건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짜놓은 틀 안에서 그런 것이다. 조금의 인식 변화가 오면 바꿀 수 있는거 아닌가 생각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법과 세금과는 싸우지 말자는 생각이다. 법은 객관적으로 많은 사람들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고 세금이 결정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좋은데 쓸려고 할 거 아닌가. 물론 나도 아깝지만 어쩌겠나. 구조적인 것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해법을 찾아봐야 한다. 노조의 요구도 법적 테두리 안에 있으면 받아들이고 찾아야 하고 과도한 요구는 서로가 지킬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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