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선수 30명에 352억원.. 프로야구 '판'이 위태롭다

김재동 기자  |  2017.02.28 06:05
두산 니퍼트.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니퍼트.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한화가 지난 24일 비야누에바와 150만달러에 계약을 마쳤다고 발표함에 따라 2017 KBO리그에서 뛸 10개 구단 외국인선수 30명이 확정됐다. 그리고 이들 30명 외국인 선수들의 계약 총액은 3108만 5000 달러, 한화로 약 351억 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액수는 KBO가 지난 9일 발표한 2017년 10개 구단 국내 소속선수 연봉(외국인선수와 신인선수 제외) 총액 735억 8000만원의 절반 수준이고 국내소속선수 연봉 상위 4개 구단 한화(105억 500만원), KIA(96억 8400만원), 롯데(90억 5200만원), 삼성(78억 9400만원)의 연봉 합산에 육박한다.

지난 1998년 외국인선수제도가 시행될 당시 외국인선수 연봉 상한선은 12만달러였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는 20만달러, 2004년부터 2013년까지는 30만달러 상한선이 유지됐었다. 그러다 2014년 연봉 상한선이 폐지되면서 불과 3년 만에 더스틴 니퍼트(두산)가 210만 달러, 알렉시 오간도(한화)와 제프 맨쉽(NC)이 180만 달러를 받았다. 발표되지 않은 인센티브 등 제반 옵션을 차치하고서도 대단한 액수다. 몸값 100만 달러 이상의 외국인 선수들도 2015년 4명, 2016년 6명에서 2017년엔 14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한화의 경우 외국인선수 3명의 몸값 총액이 480만달러(약 54억3000만원)에 달해 넥센(52억8700만원)과 kt(38억9400만원)의 선수단 연봉 총액을 넘어섰다.

KBO리그가 지난 시즌 800만 관중을 돌파, 전례 없는 흥행성적을 올리며 축배를 든 것은 사실이지만 ‘1년이 지나면 350억원이 사라진다’고 생각했을 때 이 오버페이는 KBO리그 자체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2017시즌 KBO리그의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흥행만을 고려해볼 때 이슈 블랙홀였던 탄핵 정국이 시즌 시작과 함께 대선정국으로 이어질 전망이어서 6월까지 프로야구는 정치이슈에 묻혀 상대적으로 소외될 여지가 다분하다. WBC가 처음으로 1라운드를 국내서 치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쿠바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붐업 되지 않고 있는 현상이 시사적이다.

2017시즌 외국인선수 계약현황 2017시즌 외국인선수 계약현황


더 중요한 문제는 판이 흔들린다는 점.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지낸 독립구단 파주 챌린저스 양승호 감독은 “엔트리 28명중 외인 3명이 나머지 25명의 연봉 합과 같은 연봉을 차지한다면 비상식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비상식적인 연봉이 한국 야구에 대한 투자로 남겨지지 않고 1년 소모성으로 지불된다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추세로 가다보면 손을 드는 구단이 나올 수도 있고 야구판에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에게 목을 매는 데는 ‘최고의 팬서비스는 우승’이라는 인식이 자리한다. 하지만 농구나 배구같이 걸출한 선수 하나가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종목과 달리 야구는 9명의 선수가 합을 맞춰야 하는 운동이다. 탁월한 선발도 5일에 한번 마운드에 오를 것이고 잘 치는 타자도 3할5푼정도면 할 노릇을 다했다 할 수 있다.

올해 등록선수 614명(신인ㆍ외국인 선수 포함) 가운데 프로야구 최저연봉인 2700만원을 받는 선수가 122명으로 전체의 19.8%에 달한다. 당연히 외국인 선수와 일부 FA의 몸값은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긴다. 국내 FA는 롤모델로라도 기능할 수 있지만 외국인 선수의 몸값은 온전히 소외감으로 남는다. 또한 독립구단의 한해 예산이 대충 5~6억원 선이다. 외국인선수의 몸값을 1/3만 줄여도 20여 팀을 운영할 수 있다. 아니면 ‘제2의 장종훈’ ‘제2의 김현수’가 될 지도 모르는 최저연봉 선수들을 생활인으로서 안돈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수준 높은 메이저리그를 경험하여 한국프로야구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데 기여하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투자도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국야구의 저변확대에 대한 투자는 더욱 의미가 있다. 우승을 못하면 1년 만에 허공에 사라지고 마는 투자가 아니라 한국프로야구의 자산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미국서 계약 못한 선수 3명이 한 개 구단 전체 연봉을 가져가는 현상이 이어지는데도 한국 야구판이 건전하게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온당치 못해 보인다. KBO의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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