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강정호 그리고 PIT 허들 감독의 늦둥이 아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2016.12.06 08:38
허들 감독(오른쪽)과 강정호. 허들 감독(오른쪽)과 강정호.


강정호(29,피츠버그)가 또 필드 밖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올 여름 불거져 나온 강간 혐의에 대한 파장이 아직 가라않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엔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뒤 뺑소니를 시도한 것도 모자라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과거 두 차례 음주운전 적발 전력이 있어 ‘삼진아웃’ 대상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져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가뜩이나 올해 프로야구선수들의 계속된 일탈 행동에 충격과 상처를 받은 한국의 야구팬들에게 그는 이미 어수선하고 뒤숭숭한 연말에 배신의 ‘끝내기’ 펀치를 날린 것이다.

강정호가 누구인가. 한국프로야구(KBO) 출신 타자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2년 만에 빅리그에서도 스타 반열에 오른 독보적인 선수다. 지난해 시즌 막판에 상대선수의 거친 슬라이딩에 다리가 부러지고 무릎인대가 파열되는 악몽처럼 심각한 부상을 입은 뒤 피츠버그의 재활 트레이너조차 경탄하게 만든 집념의 재활로 확실한 재기에 성공한 선수다.

올해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와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이대호(전 시애틀 매리너스) 등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최근 에릭 테임스(밀워키 브루어스)의 ML 거액 장기계약 뒤에는 강정호의 성공이 엄청난 역할을 했음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장차 한국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역사를 기술할 때 강정호는 박찬호, 추신수, 류현진 등과 함께 매우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 것으로 기록될 선수다.

그런 강정호의 최근 행동을 살펴보면 이제는 아쉬움과 야속함을 넘어 배신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올 여름 그가 시카고 원정기간 중 호텔방에서 데이트 앱을 사용해 만난 한 미국인 여성에게 약물을 먹인 뒤 강간했다는 혐의가 터져 나왔을 때만 해도 그를 아끼는 한국 팬들은 혹시 뭔가 다른 설명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여기에 당초 강간을 신고했던 피해자가 미국 시카고 경찰의 조사를 거부하고 잠적하면서 수사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자 그가 범죄행위를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유죄가 입증되기 전엔 무죄’라는 원칙에 근거, 그를 평소처럼 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제는 우리가 알았다고 믿었던 강정호에게 숨은 ‘다크 사이드’(Dark side)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3차례나 음주운전에 적발됐다는 것은 이미 강정호가 이 문제에 대해 옮고 그름을 가르는 변별력이 결핍돼 있음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음주운전의 해악은 무고한 불특정 다수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에선 도로의 ‘테러리스트’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런 행위를 3차례나 되풀이했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나 상호 존중 의식이 거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더구나 적발된 케이스만 3번이니. 그가 적발되지 않고 음주운전을 한 횟수가 얼마나 많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3번이나 적발되고 그중 두 번은 사고를 낼 정도라면 그동안 훨씬 더 많이 음주운전을 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딱 3번 술 먹고 운전했는데 3번 모두 적발됐을 정도로 지독히 운 나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실수로’ 술을 먹고 운전을 했다가 적발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다시는 술을 먹고 운전대에 앉을 꿈조차 꾸지 않는다. 그런데 이를 계속 되풀이했다는 것은 그의 판단력과 인명 존중 의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더구나 강정호는 올 여름의 강간사건 혐의에 대한 어두운 그림자가 아직 걷혀지지 않은 상태에 있었다. 극도로 자숙하고 또 자숙하며 팬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처지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술을 먹고 운전면허 취소범위에 해당되는 혈중 알코올농도 상태에서 사고를 일으키고 뺑소니에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는 사실은 마지막 남은 한 가닥 희망마저 앗아가 버린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평소에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행동을 해왔을 정도로 타인에 대한 배려의식이나 준법정신이 결핍된 사람이라면 올 여름 사건에 대해서도 생각을 다시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그런 일을 충분히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강정호는 프로야구선수, 특히 세계 최고의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로서 사회적으로 자신의 공적인 삶에 책임을 져야 하는 공인 신분이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관계없이 많은 팬들, 특히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에게 롤 모델이자 영웅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는 입장이다. 특히 많은 어린이들이 우상으로 생각하는 메이저리거 신분이기에 그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는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다. 자신이 우상으로 생각했던 스타선수가 다른 사람들의 인권과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해온 것을 깨달은 어린이들이 받게 될 충격과 아픔, 상처에 대해 그는 과연 한 번이라도 고민하며 생각해봤는지 의문이다.

강정호. /AFPBBNews=뉴스1 강정호. /AFPBBNews=뉴스1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루키였던 지난해부터 피츠버그 더그아웃에서 강정호를 유난히 따랐던 한 어린이가 있었다. 바로 피츠버그 클린트 허들 감독의 늦둥이 아들 크리스천(12)이다. 스타들이 가득한 메이저리그에서 평생 스타들에 둘러싸여 살아왔던 크리스천이지만 유독 먼 타국에서 온,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강정호를 너무 잘 따랐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물어보면 서슴없이 강정호를 꼽았을 정도로 강정호의 광팬이었다.

그런 크리스천이 강정호의 잇단 일탈로 받았을 충격과 아픔을 생각하면 가슴이 절로 아파온다. 강정호가 약물을 사용한 강간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과 3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고 뺑소니에 운전자 바꿔치기 혐의까지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으면 하고 바라보지만 인터넷에 ‘Jung Ho Kang'만 치면 줄줄이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 세상에 그걸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본인이 철석같이 최고라고 믿었던 우상에게 배신당한 어린 마음이 느낄 참담한 심경이 어떨지 짐작하기조차 힘들다.

더구나 그런 크리스천에게 과연 부모인 허들 감독과 그의 부인이 강정호에 대해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로 생각이 미치면 그야말로 답이 없다. 올 여름 그 사건이 터진 뒤에 과연 그들이 크리스천에게 강정호에 대해 뭐라고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강정호의 감독으로서가 아니라 강정호를 우상으로 생각해온 아들을 둔 부모 입장에선 정말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앞으로도 계속 강정호와 관계를 유지하며 그의 감독으로 한 공간에서 생활해야 하는 허들 감독 입장에선 정말 난감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그것은 또 허들 감독 부부의 고민만이 아니다. 강정호를 영웅이자 롤 모델로 생각했던 수많은 우리들의 아이들에게 우리는 과연 부모로서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막막하다. 어린이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앞서 그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큰 영웅이자 롤 모델 중 하나를 무책임한 행동으로 빼앗아 가버렸다. 우리에게 힘이 됐고 희망을 줬던 그가 지금은 왜 이렇게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것일까.

강정호는 이번 사건 후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발표한 사과문에서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했고 사고를 낸 순간 당황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면서 “많이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을 마음가짐으로 이렇게 사과문을 올린다”고 밝혔다. 문구들은 하나같이 맞는 말이지만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발표한 사과문에서 왠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고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이 필자 혼자만의 생각인지 모르겠다.

그런 느낌을 지우려면 강정호는 앞으로 자신의 사과문에서 밝힌 것처럼 어떤 벌이든 실제로 달게 받아야 한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그는 그를 아끼고 사랑했던 팬들, 특히 어린이 팬들이 입었을 엄청난 상처와 아픔을 뼛속 깊이 깨닫고 그들에게 진정 사죄하는 마음으로 신뢰를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면피용으로 보여주기 위해 잠시 하는 ‘연극’으로는 절대로 팬들의 눈을 속일 수 없고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그는 지금 야구선수로서가 아니라, 한 자연인으로 인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그가 앞으로 어떤 징계를 받게 될지 모르지만 강간 사건 수사에서 어떤 큰 돌파구나 변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야구를 계속 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열심히 운동만 하고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려 이번 사건이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 진다면 모든 것이 괜찮아 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가 한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피해자는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한 미국여성이나 음주운전으로 부서진 가드레일만이 아니다. 그의 팬들, 특히 수많은 어린아이들도 큰 피해자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는 이미 팬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고 이젠 그 빚을 갚아야 한다. 사랑과 증오는 종이의 양면과 같은 관계라는 말처럼 가장 좋아했던 스타선수가 배신했을 때 느끼는 팬들의 감정은 이루 형언할 수 없다. 강정호가 더 이상 팬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행동을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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