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 정우성 "바람직한 괴리, 신선한 충격이기를"(인터뷰)

영화 '아수라'의 정우성 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16.09.27 17:15
영화 \'아수라\'의 정우성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아수라'의 정우성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그건 정우성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다.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제작 사나이픽쳐스)의 한도경을 보며 든 생각이다. 어떤 작품을 보아도 '정우성은 뭘 해도 멋지네' 따위 감상을 낳던 정우성은 그 곳에 없다. 대신 지옥같은 아귀다툼 속에서 빠져나올 길이 도무지 없어 보이는 한 남자가 보인다. 옷은 멀쩡히 차려입었으되 잔뜩 구겨진 표정으로 불안하게 눈을 번득이는 이 비리 형사는 뜻하지 않게 지옥에 발을 디뎠다. 죽어가는 아내의 병원비를 대느라 악에 물들었고 악인들의 틈바구니에서 분투하느라 점점 늪에 빠지지만, 악다구니만 남은 그에겐 별다른 동정심이 일지 않는다. 맞다, 이런 정우성이 처음이다.

지옥의 끝을 보여주겠다는 듯 내달리는 영화가 끝난 뒤, 다시 멀끔해진 정우성을 만나는 건 색다른 감상이다. '비트'의 김성수 감독과 처음 만난지 20년이 다 되어 동정이나 낭만 따위 없는 사내들의 또 다른 세계를 그려보인 정우성은 미모와 함께 여유와 너스레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그 괴리가 놀랍다 하니 정우성은 "잘생긴 건 원래 잘생긴 것이고 연기는 연기"라며 눙을 쳤다. 절친 이정재가 영화를 보고 어후, 끝까지들 가셨네요'라 부러워했다는 감상을 슬쩍 전하며 "동료들의 부러움 섞인 칭찬을 들을 때 '정말 작업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기어이 끝을 보고 온 배우의 흐뭇함은 만남 내내 묻어났다.

사진=\'아수라\' 스틸컷 사진='아수라' 스틸컷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에 이어 김성수 감독과 다시 만났다. 김성수 감독은 '둘 다 늙어간다'고 하더라.

▶감독님만 늙어가고 나는 성숙했다.(웃음) 그런 성숙한 모습으로 감독님의 배우로 작업할 수 있다는 게 저도 즐거웠다. 40대 남성은 여러 가지로 가장 좋을 때일 수 있다. 힘도 밸런스도. 그런 성숙한 정우성을 오래간만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열심히 하기보다는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현장에선 어땠나.

▶감독님이 굉장히 독하셨다. 돌이켜보면 늘 그랬다. 치열하고 독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 등 어떤 걸 규정하려 하지 않고 '니가 갖고 있는 게 더 있잖아' 하는 식이다. 첫 테이크를 찍는데 오랜만에 함께하는 기분이 안 들더라. 감독님이 '작년에 하고 또 하는 것 같아'라고 하셨는데 저도 그랬다. 김성수 감독을 좋아한 건 현장의 치열함 때문인 것 같다. 비슷한 걸 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게 늘 새롭게 만들어 주신다.

-이전과 달라야겠다, 혹은 바뀌어야겠다는 바람은 없었나. 마치 다른 사람같은 얼굴이 보인다.

▶외형적으로나 경력에서 남들에서 비춰지는 정우성의 이미지를 계속해서 깨야지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한도경에게 가장 맞는 표정과 말투를 가질까 노력했다. 의도된 망가짐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한도경스럽게 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VIP 시사회가 끝나고 몇몇 감독들이 그러더라. 정우성인데 정우성이 아닌 배우가 나와서 10분 동안은 당황했다고. 그것이 효과적인 이입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영화 \'아수라\'의 정우성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아수라'의 정우성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감독에 대한 신뢰로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가 시나리오를 보고 후회했다던데.

▶시나리오 자체가 이해가 안 되더라. 이 사람이 주인공인데 이런 주인공을 사람들이 쫓아올 수 있을까. 사람들이 뭔가 하나는 바랄 텐데. 무엇을 표현했을 때 관객들이 도경을 쫓아올 수 있을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에 있으니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것 같았다. 그 맛을 제대로 느끼고 표현해야 사람들도 느낄 텐데. 이해는 안 됐지만 믿고 파헤쳤다. 감독님이 오랜 시간을 보내며 성찰한 뭔가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감독님 나이, 그 입장에서 찾아 들어가는 게임이었다.

-촬영에 들어갈 땐 어느 정도 답을 찾았나.

▶아니다. 첫 촬영 하고 나서야 '이게 스트레스구나' 했다. 이 인물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이도 저도 아닌 40대의 남자, 사회에선 이도 저도 아니고 미래에 대한 꿈을 상실한 나이대, 선택에 대해 계속 불안해하는 스트레스구나. 거기에 극 초반 원죄까지 더해지니.

이입은 촬영 들어가면서부터 바로 됐다. 스트레스 때문이다.(웃음) 내가 도경이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도경이가 가지고 있던 스트레스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보통 '컷' 하면 자기 얼굴로 돌아오는데. 계속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저한테 눈치를 보며 다녔을 정도다.

-이 와중에도 도경은 끝까지 굽히지 않고 버틴다.

▶그렇게 거칠게 사는 사람들에겐 '객기'란 게 있다. 대항은 못할지언정 버틸 때까지 버티는 거다. '난 한 대 맞아도 무섭진 않아' 하면서 결국 또 맞는다. 고분고분하지 않지만 결국엔 상대가 원하는 건 다 해준다. 마지막 남은 몇 푼 안된 자존심까지 구겨지는 와중에 모양새 빠지지 않으려는 것 뿐이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이해할 감성이라 생각한다.

영화 \'아수라\'의 정우성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아수라'의 정우성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쟁쟁한 배우들이 뭉쳤다. 똘똘 뭉친 현장이라지만 경쟁심리도 있었을 법하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된 현장이었다. 나이, 선후배를 전혀 차치하고 각 캐릭터로서 배우로서 소루를 존중했다. 그러며 서로 다른 스타일의 연기와 개성이 부딪치며 묘한 화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러며 신뢰가 쌓였다.

배우로서의 한 모습만 지킬 수 있는 공간이었다. 상대 배우들이 연기 쪽으로 워낙 인정받는 사람이라 저도 배우로서 그들과 건전한 경쟁을 해야 했다. 원없이 그냥 몰입했던 것 같다. 그럴 수 있는 건 저의 가장 선배인 김성수 감독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15년 만에 만나니까 사람들이 의미 부여를 할 것 아닌가. 사실 감독님이나 저에게 더 큰 감상이었지만 그걸 다 배제하려 했다. 관객들에게 보이기 전에 개인적인 의미를 절대 부여하지 않으려 했다.

-영화엔 악인들만 나온다. 누가 가장 나쁜 놈인가.

▶배우들끼리 '아무리 생각해도 감독님이 제일 나쁜 놈이다' 그랬다.(웃음) 역시 감독님이 제일 독하구나 했다. 현장에서 감독님 별명이 김성배 시장이었다. 감독님 안에 모든 게 다 있다. 물론 악을 계획하는 박성배가 가장 악한 사람이다. 공권력은 공명정대하게 쓰라고 있는 것이지 않나. 그걸 이용해 악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제 손에는 때나 먼지를 묻히지 않는다. 치졸하고 사악한 케이스다.

-촬영을 마친 뒤 한도경에게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난 잠버릇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이를 갈고 자거나 잠꼬대를 하더라. 제 이 가는 소리에 잠을 깨기도 했다. 다행히 이후 '더 킹' 촬영이 잡혀 있어 그쪽 캐릭터에 정신이 팔려 잔상에서 허우적거리지 않았다. 일이 연결되지 않았다면 굉장히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후시녹음을 하러 들어갔는데 도경이에게 다시 들어가는 게 너무, 정말 힘이 들었다.

사진=\'아수라\' 스틸컷 사진='아수라' 스틸컷


-40대 정우성의 불안함은 없나.

▶불안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처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할까. 내 나름대로 이해와 관점이 생긴 것 같다. '불안하지 않아요'라기보다는 그저 더 여유있어진 느낌이다.

-'무한도전' 잘 봤다. 방송 후 예매율이 1등이더다.

▶낯간지럽게 봤다. 관심이 영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예매율은 그 전부터 올라가고 있었다.(웃음) 놀자고 나간 거니까 재미있게 논 거다. 더 놀았어야 됐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수라'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센 영화다. 예능을 본 관객이 괴리를 느끼지 않을까.

▶바람직한 괴리일 것 같다. 무겁고 힘든 이야기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반대급부의 느낌을 받는 것도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