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이닝 133구' 두산 보우덴, 역투와 촌극 사이

잠실=한동훈 기자  |  2016.08.24 22:05
두산 보우덴. 두산 보우덴.


두산 베어스 외국인투수 보우덴이 정말 힘겹게 1승을 추가했다.

힘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지만 승리투수 요건이 눈앞에 있었다. 5회에만 42구를 던지는 등 억지로 버티며 가까스로 5이닝을 채웠다.

선발투수가 책임져야 할 최소한의 임무를 완수하려던 눈물겨운 역투였을까, 승리를 챙겨주려다 투구수만 늘어난 촌극이었을까.

보우덴은 24일 잠실에서 열린 2016 KBO리그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 5이닝 5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14승(7패). 투구 내용은 실망스러웠으나 3회까지 무려 15점을 뽑은 타선 덕에 승리를 챙겼다. 특히 5회초에는 15-2로 크게 앞서 있었음에도 쩔쩔 매는 등 총 투구수 133개를 기록하며 승리 요건을 겨우 갖췄다.

1회부터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선두타자 김용의에게 볼넷을 준 뒤 이천웅, 박용택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선취점을 줬다. 히메네스는 볼넷으로 내보냈다. 타자 4명을 상대하면서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채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LG 타자들이 나쁜 공에 손을 대며 보우덴을 도왔다. 보우덴은 무사 만루를 추가 실점 없이 넘겼다.

시원한 득점 지원 속에 2, 3회는 무탈하게 지나갔다. 15-1로 앞선 4회초, 2루타 2개를 맞는 등 1점을 더 잃으면서 투구수가 불어났다. 3회까지 74구를 던졌고 4회에도 17구를 던졌다.

문제는 5회였다. 4회까지 91구를 던진 보우덴은 5회초 2사 후부터 급격히 힘이 빠진 모습을 노출했다. 김용의와 이천웅은 잘 잡았는데 대타 정성훈과 7구 승부를 펼친 끝에 우중간 안타를 맞았다. 다음 타자 히메네스에게는 좌익선상 2루타를 맞았다. 투구수는 109구였다. 두산은 13점이나 앞서 있었기 때문에 지켜봤다.

하지만 2사 2, 3루에서 문선재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직구가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전부 높았다. 변화구는 바깥쪽으로 크게 빠졌다. 2사 만루에서는 황목치승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존에 들어가는 공은 전부 커트를 당했다. 8구째 카운트를 잡으려고 어쩔 수 없이 가운데로 밀어 넣은 공이 피안타로 연결됐다.

이때까지 보우덴은 123구를 던진 상태였으나 두산 불펜은 텅 비어 있었다. 보우덴은 승리투수를 위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기 위해 타자들과 승부가 되지 않는 공을 꾸역꾸역 던졌다. 그나마 양석환에게는 3루 땅볼을 유도했는데 하필 실책이 겹쳐 보우덴은 주저 앉았다.

다음 타자 정상호에게 볼을 연속해서 두 개를 던지자 두산 불펜은 그제야 몸을 풀기 시작했다. 보우덴은 정상호에게도 1스트라이크 3볼로 몰려 두산 벤치를 긴장시켰다. 하지만 5구째 정상호가 친 공이 좌익수 뜬공에 그쳐 15번째 아웃카운트가 가까스로 올라갔다.

외국인 투수였고 동시에 10점 이상 앞서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인내였다. 보우덴의 최고 투구수는 노히트노런을 기록했을 때의 139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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